"애플 제국은 中 자살공장 위에 세워졌다"
“라이샤오둥 씨의 아버지 되십니까? 병원으로 빨리 와보셔야겠습니다.”

2011년 5월의 한 금요일 저녁. 대학을 졸업하고 여자친구와 함께 살 집값을 벌겠다며 중국 청두의 폭스콘 공장에 취직한 22세 라이의 고향집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애플 아이패드를 만드는 이 공장 A5동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라이의 몸은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훼손됐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여자친구는 한참을 살펴보고서야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이 자신의 남자친구인지 알 수 있었다. 어머니는 처참한 아들의 모습을 본 순간 입원실을 뛰쳐나갔다. 라이는 이틀 후 숨을 거뒀다.

이 사고로 폭발 당시 그 자리에서 즉사한 두 명을 포함, 총 4명이 목숨을 잃었고 10여명이 중상을 입었다. 폭스콘은 얼마 후 재가 된 라이의 시신과 함께 15만달러의 수표를 가족들에게 보내왔다.

◆사상 최대 실적의 그림자

애플이 순이익 130억6000만달러의 사상 최대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25일.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의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 공장에서 발생한 두 건의 폭발사고와 함께 애플 협력사들의 끔찍한 근무환경을 고발하는 르포기사를 내놨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이 된 애플의 이면에는 거대한 제조 시스템의 부품으로 전락한 수백만명의 중국 근로자가 있었다는 것.

NYT에 따르면 중국 내 애플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너무 오래 서 있어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붓는 경우가 허다하다.

애플이 정해 놓은 협력사 직원들의 최대 근무시간은 주 60시간. 하지만 이 룰을 지키는 공장은 많지 않다. 일당으로 22달러를 버는 라이는 12시간씩 주 6일을 일했다. 그나마 대학 졸업장이 있어 빠르게 승진한 라이는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독방을 사용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침실 3개의 기숙사에서 20명이 함께 지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안전불감증. 2년 전 장쑤성 쑤저우의 한 공장에서는 직원 137명이 독성 화학물질인 노멀헥산에 중독됐다. 아이폰 스크린을 닦는 데 사용하는 이 물질은 알코올에 비해 빨리 증발해 공정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인권보다 제품이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10년 한 콘퍼런스에서 “폭스콘 공장은 레스토랑과 극장, 병원, 수영장까지 갖춘 매우 훌륭한 공장”이라고 말했다.

폭스콘이 이런 시설을 갖춘 건 사실이지만 근무환경은 여전히 최악이다. “최대한 싸게 최대한 많은 제품을 만들라”는 애플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중국의 협력업체들은 싸고 위험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종업원들에게 더 오랫동안 일하도록 강요한다.

한 협력업체의 전 임원은 “애플과 일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효율적이고 싸게 물건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러면 다음해에 와서 10%의 추가적인 납품가 인하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비난여론에 직면한 애플이 근무수칙을 제정하고 협력업체의 근무환경에 대한 감시를 늘려도 중국 근로자들의 인권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