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 제2탄…'완구왕' 판결 촉각
국내 거주자 역외탈세 사건인 ‘완구왕’ 박종완 에드벤트 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64·사진)의 형사재판 1심 선고가 26일 내려진다. 이 사건은 현재 유사 혐의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 최근 과세전적부심사에서 이겨 탈세혐의를 벗은 ‘구리왕’ 차용규 씨 사건에 앞서 국세청이 국내 거주자 문제를 들어 검찰에 넘긴 ‘1호’ 사건이다. 이번 판결은 역외탈세에서 국내·국외 거주자 여부가 쟁점이 된 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돼 선박왕 등 비슷한 사건에서 법원 판결과 양형 등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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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8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세금 437억원을 포탈하고 947억원 상당의 재산을 해외에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와 자산관리 담당자인 강모 벤엔피 대표이사(51)에 대한 선고기일을 26일로 잡았다.

검찰은 최근 결심 공판에서 박 대표에 대해 징역 7년의 실형과 벌금 437억여원, 박 대표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팍스타워(시가 1500억원 상당) 몰수를 구형했다. 팍스타워는 지상 15층·지하 4층으로, 2010년 법원은 팍스타워 건축에 투입된 700억여원이 범죄 수익이라고 판단해 검찰의 기소 전 몰수보전 청구를 받아들였다. 당시 몰수보전으로는 최고 금액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박 대표는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비니 베이비’ 등 봉제인형을 미국 타이(Ty)사에 수출해 부를 쌓은 인물로 국내에서는 ‘완구왕’으로 통했다. 그는 2008년 국내에서 모범 납세자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박 대표는 자본금 10만달러로 설립한 홍콩 현지법인 G사에서 나는 이익을 커미션 명목으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 소재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대표가 홍콩 현지법인 소득 및 차명주주 배당소득 탈루,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 예금 이자소득 및 투자소득 탈루, 페이퍼컴퍼니 사이 반복 송금 등으로 2000~2008년 사이 1136억원의 소득 신고를 누락해 세금 437억여원을 탈세한 혐의를 적용, 기소했다. 그는 1998년 G사의 영업전망이 불투명하다며 투자원금을 회수한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947억여원의 재산을 국외에 은닉·도피시킨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공판 과정에서 “박 대표가 미국과 싱가포르 영주권을 얻어 국내 주민등록을 말소했지만 1999년 이후 박 대표의 국내 거주일은 (매년) 최단 282일, 최장 341일이었다”며 그가 국내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국세청은 박 대표에 대해 2140억여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비슷한 건으로 국세청은 권혁 시도상선 회장에 대해서는 4100억여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해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차용규 씨는 역외탈세 혐의로 세금 1600억여원이 추징됐으나 최근 과세전적부심사에서 국내 거주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와 추징을 피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