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式 재개발…'조이고 풀고 뺀다'
서울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뉴타운과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해 “태생부터 잘못된 정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제도 개선안이 하나둘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박원순식 정비사업의 특징은 △진입장벽은 높이고(조이고) △될 곳은 규제를 완화해 속도를 내고(풀고) △안될 곳은 사업 대상에서 해제하는(빼는)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하는 ‘공공 정비계획 수립 지침’을 최근 자치구에 내려보낸 것은 진입장벽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다. 통상 ‘주민 25% 이상(과반수 의견 수렴·수렴인원의 과반수 찬성)’이면 정비사업 추진이 가능했으나, 구청장이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곳부터 사업 추진 요건을 크게 강화한 것이다.

서울시는 앞서 정비구역 이전 단계인 정비예정구역(후보지)도 더 지정하지 않기로 해 신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종(種)상향’에도 제동을 걸었다. 용적률을 늘려 아파트를 더 짓는 종상향 조치가 도시공간 체계를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D건설 관계자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종상향이 불가피한 만큼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진행 중인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지원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형 평형을 중소형 평형으로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한 조치가 그런 사례다. 종전에는 설계 변경을 통해 증가하는 가구 수가 10%를 넘으면 까다로운 심의절차를 다시 밟도록 했지만 이달부터는 30% 이하 범위 내에서 손쉽게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정 궤도에 오른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오래 끌면 결국 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될 곳은 빨리 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뉴타운 출구전략이다.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곳을 ‘촉진구역’에서 제외하는 ‘부분해제’에 대한 근거가 담겨 있어서다. 다만 구역해제 시 이미 투입된 사업비를 ‘누가 얼마씩 부담할 것이냐’는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여 출구전략 시행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