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부터 문의가 늘더니 하루 한두 건씩 전세계약이 이뤄집니다. 오래된 아파트라 전셋값이 낮아 전세수요를 유인하고 있습니다.”(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김형찬 오세유공인 사장)

겨울철 성수기를 맞은 수도권 전세시장이 전반적인 안정세 속에서 ‘특정지역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입지 전셋값 교통여건이 특정지역 강세의 요인이다. 강남임에도 전셋값이 싼 대치·개포동 재건축단지, 반포자이 등 랜드마크단지가 있는 반포, 신분당선 개통으로 서울이 한층 가까워진 분당·판교 일대 등은 지난달보다 전세가가 1000만원 이상 올랐다.

◆고덕시영 이주수요 몰리는 은마

12일 은마아파트 상가 ‘오세유공인’에는 10분 간격으로 전셋집을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김 사장은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낮은 급매물은 모두 계약돼 값도 오르는 추세”라며 “2억~3억원대 이주비를 받은 고덕시영 주민들이 고객의 20%가량” 이라고 전했다. 작년 말 2억7000만원하던 전용 76㎡는 2억9000만~3억원, 수리를 마친 집은 3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은마아파트의 인기 비결은 교육·쇼핑 등 생활여건이 좋고, 재건축 추진단지여서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길 건너 삼성아파트 전용 84㎡는 6억원대로 3억원가량 비싸다. 2014년 고교내신에 절대평가가 도입돼 우수학생이 한 학교에 몰리더라도 불이익을 덜 받는다는 점도 이사를 부추기고 있다.

전용 29~58㎡ 중소형으로 구성된 개포동 주공1단지도 아파트 노후로 전셋값이 7000만~1억5000만원 안팎으로 저렴해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고 있다.

◆강남 랜드마크단지 반포도 인기

반포자이 래미안퍼스티지 반포힐스테이트 등이 지어져 강남권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반포도 전셋집 수요가 많아 강세다. 작년 9월 입주를 시작한 반포힐스테이트 전용 59㎡는 올 들어 2000만~3000만원 오른 5억원대에 전세 시세가 형성됐다.

반포동 퍼스티지공인 관계자는 “입주 초기 잔금이 부족한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싸게 내놓은 전세 물건들이 사라지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7억6500만원이던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최근 8억원짜리 물건이 나왔다. 반포 프리미엄 단지의 원조격인 반포자이 전용 59㎡도 전달보다 1000만원 이상 오른 5억4000만원에 계약되고 있다.

인근 자이공인 관계자는 “서울 남북과 동서를 잇는 지하철 3·7·9호선이 지나는 데다 마트 백화점 등 편의시설이 많아 전세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신분당선 효과…분당·판교 강세

지난해 10월 신분당선 개통 이후 잠잠했던 분당과 판교지역도 교통 편의성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어 중소형 중심으로 전셋값이 500만~1000만원 올랐다.

분당 야탑동 탑주공8단지 전용 41㎡는 1억6000만원으로 500만원 상승했다. 인근 구륙공인 관계자는 “신분당선 개통에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시작으로 중소형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분당선 판교역 인근 삼평동 봇들마을 이지더원 전용 84㎡도 새해 들어 1000만원 오른 3억3000만~3억4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작년과 같은 전세대란이 재연될 가능성은 작지만 올해 입주물량이 작년보다 줄어드는 서울의 경우 지역적인 급등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조사팀장은 “내달 서울 입주물량은 1027가구로 작년보다 70% 이상 줄었다”며 “전세수요가 본격적으로 생기는 설연휴 이후 지역적으로 전세난이 생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