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막대한 재산에도 불구하고 기부에는 인색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7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와는 달리 잡스는 이렇다할 자선활동을 하지도 않고, 자선단체에 내놓은 기부금도 눈에 띄는 것이 없어 자선에 인색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조사한 잡스의 재산은 70억 달러, 우리 돈 8조 3000억원 가량이다. 이는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 업체 '픽사'를 디즈니에 팔면서 받은 디즈니 주식 1억3800만주와 창업 당시부터 보유하고 있던 애플 주식 540만주 등 주식평가액에 따른 재산이다.

그러나 억만장자에도 불구하고 인디애나대학 자선센터가 집계하는 1백만달러 이상 기부자 명단에 잡스의 이름은 빠져 있다. 그는 1986년 한 때 '스티븐 P. 잡스'라는 재단을 만들기도 했지만 1년 만에 문을 닫았고 1997년 애플로 복귀한 뒤에는 사내 자선프로그램을 폐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난 8월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인 앤드루 로스 소킨은 "스티브 잡스의 공개 기부 관련 미스터리"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잡스가 천재이고 혁신가이며,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으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억만장자일 것"이라며 "하지만 놀랍게도 지금까지는 유명 자선가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소킨은 "잡스가 애플과 디즈니 주식 등을 포함해 수십 억 달러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자선기금을 냈다는 공개기록이 없다"면서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만든 '기빙 플레지'운동의 회원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잡스가 자신의 부를 자랑한 적도 없고 애플에 재직하는 동안 연봉 1달러만 받았다"면서 "오히려 이런 점이 그가 왜 자선행위를 하지 않았는지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러나 "잡스의 옹호자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없다고 해서 그가 자선사업에 인색했다고 볼 수 만은 없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옹호자들의 의견은 일단 잡스가 혁신적인 제품을 통해 이미 사회에 커다란 공헌을 했고, 애플 역시 여러 사회활동을 했다는 것.

억만장자 '스티브 잡스' 기부에 진짜 인색했을까
영국의 록밴드 U2의 리드싱어이자 사회활동가인 보노는 "애플이 아프리카 에이즈 퇴치운동에 매우 귀중한 역할을 했다"면서 "애플의 기여가 다른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고 옹호했다.

또 기부활동이 기록으로는 남지 않았지만 잡스가 익명으로 기부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옹호자들은 보고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편집자인 데보라 제이콥스는 잡스의 익명 기부 가능성을 제기하며 "그가 자신의 돈으로 무엇을 할지는 그가 선택할 문제"라며 "이와 관련해 침묵할 권리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너무 바쁘게 활동했기 때문이지 자선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닐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스티븐 P. 잡스' 재단에 참여했던 마크 버밀리온은 "잡스가 더 오래 살았다면 더 많은 공개적인 자선 활동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