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주가가 떨어지면 어김없이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다.

기대했던 반등 조짐이 보이지 않자 그간 패턴과 달리 주가 하락에도 주식을 사고 있지 않다.

증시 전문가들은 사실상 시장 예측이 힘든 현 상황에서 자금과 정보가 많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은 당분간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22일 오전 코스피지수는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며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상승 출발한 이날 지수는 장중 한때 40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1700선을 위협하다가 오전 11시 6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9.31포인트(0.53%) 오른 1754.19를 기록 중이다.

이날 수급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개인투자자다.

유가증권시장서 800억원 넘게 순매도 중인 외국인투자자의 '팔자'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단 이틀을 제외하고 늘 매도했다.

주가 하락의 '방어군' 역할을 하고 있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매수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시나리오다.

하지만 1000억원 가까이 매물을 내놓고 있는 개인은 다소 의외란 반응이 많다.

개인은 이달 내내 주가가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는 '엇박자' 투자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역사상 기록적인 낙폭을 기록했던 지난 9일에도 개인은 1000억원 어치 넘게 주식을 사들였다.

최근만 보면 지난 18일 지수가 1.7% 내릴 때 6109억원을 순매수했고, 19일 6% 넘게 폭락할 때도 1615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지수가 장중 2% 넘게 밀렸음에도 개인의 매수세는 실종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개인이 버틸 수 있는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내릴 때마다 개인이 주식을 산 것은 이전에 'V자' 반등을 경험한 학습효과 때문인데, 최근 장세를 보면 낙관보다는 비관 쪽에 힘이 실린다"며 "개인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손절매성 매물을 내놓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개인은 주가 반등시 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에 집중 투자를 많이했다.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개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대표적 ETF(상장지수펀드)인 KODEX 레버리지다. 지수의 하락과 상승에 따라 두 배의 수익과 손실이 날 수 있다.

이 ETF에 개인은 무려 5103억원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이 ETF는 이달에만 손실률이 무려 36.3%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 개인이 많이 산 삼성전자(4303억원 순매수)도 20% 가까이 밀렸다.

LG화학 하이닉스 OCI 삼성중공업 등 개인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린 종목들은 각각 30%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박 팀장은 "기업 어닝(실적) 눈높이가 계속 낮아지고 있어 주가가 싸다고 말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며 "개인이 돈을 빌려 투자하거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물타기 하는 것은 무척 위험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