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맥주가 일본 1위 대형마트 · 슈퍼마켓 체인인 이온(Aeon)의 자체상표(PB) 맥주를 연간 1억캔(350㎖ 기준) 이상 생산,공급한다. 그동안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가 일본 유통업체에 '제3맥주'(맥아 50% 미만에 소량의 주정을 섞은 초저도 맥주) 상품을 공급한 적은 있지만,일반 맥주(맥아 75% 이상)를 PB상품 형태로 수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남수 진로 사장은 지난 주말 열린 '하이트진로' 통합 법인 출범을 앞둔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최대 유통업체와 연간 400억원,500만상자(1상자는 350㎖ 캔 24개) 규모의 맥주 수출계약을 최근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부터 생산에 들어가 1차 물량으로 100만상자를 이미 수출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사장은 하이트진로그룹의 해외사업본부장을 겸직하며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일본 유통업체가 '제3맥주'가 아닌 일반 맥주를 PB로 내놓은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며 "일본 맥주업계와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트맥주는 지난해 650만상자의 맥주를 일본에 수출했지만,대부분 물량이 일반 맥주의 절반 가격인 '제3맥주'였다.

하이트가 만드는 일본 PB상품은 이온이 자체상표인 '톱밸류'(Topvalu)를 붙여 지난 10일 출시한 '배리얼 라거 맥주'(Barreal Lager Beer · 사진)다. 이 상품은 이온의 600여개 대형마트,1300여개 슈퍼마켓,자회사인 편의점 미니스톱 등에서 팔린다. 350㎖ 캔 판매가격이 158엔(2240원)으로 일본 브랜드 맥주에 비해 20~30% 싸다. 알코올 도수는 5.5%로 국내 일반 맥주(4.5%)보다 조금 높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이 상품을 "일본의 첫 PB 일반 맥주"로 소개하고 있다. 이온은 출시와 함께 현지 주요 일간지와 TV 광고 등을 통해 이 상품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다.

하이트 관계자는 "계약 물량을 연간 200만상자 정도로 예상했는데 500만상자를 요청해 깜짝 놀랐다"며 "그만큼 맛과 품질에서 일본 브랜드 맥주들과 경쟁해 소비자들에게 팔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유통업체가 PB 맥주 파트너로 하이트를 선택한 것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수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감과 함께 하이트 신제품인 '드라이피니시D'의 품질과 강원도 홍천공장의 제조시설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이트맥주와 진로는 내달 1일 통합 법인 '하이트진로'로 공식 출범하는 것을 계기로 글로벌 사업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PB 맥주에 앞서 지난 4월 드라이피니시D를 일본에 첫 수출했고,일본 재래식 증류소주 공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공격적인 시장 개척과 사업모델 개발,현지화 전략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통합 법인 '하이트진로'는 최근 열린 양사 주주총회에서 확정한 대로 박문덕 회장과 이 사장,김인규 하이트맥주 사장 등 3인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시너지를 더 잘낼 수 있는 방향으로 대표이사 간 역할이 조정될 것"이라며 "초기에는 사업 다각화보다는 영업조직 통합 등 내부 역량을 극대화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