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관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경제 망친다
장관들이 의욕을 보이는 것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안되는 것을 억지로 하려고 들면 무리수를 두게 마련이다. 장관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정책 아이디어들이란 게 다 그렇다. 기름값을 떨어뜨리겠다며 국영주유소를 만들어 민간주유소를 거덜내고, 동네 자장면값은 잡으려 하면서 백화점 납품가격은 못 낮추게 해 소비자 판매가격은 내리지 못하게 만드는 식이다. 잘해봤자 민간영역을 침식하는 것이거나 시장의 규칙을 무너뜨리게 된다. 일찍 출근해 일찍 퇴근하는 근무제도가 장관들에겐 부담이 안될 수 있겠지만, 밤 늦게까지 회의자료를 챙겨야 하는 실무자들에겐 남의 일이 되고 마는 것도 똑같다. 서머타임제를 시행하는 것과 뭐가 다르다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잘 지키도록 관리 · 감독하는 것이 본업이다. 정부가 해서 될 게 있고 해도 안되거나,처음부터 해서는 안되는 일도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아이디어를 개발하라고 독려하는 것은 지금 같은 작위적 사업을 벌이라는 뜻이 아닐 것이다. 아이디어랍시고 실적을 올리듯 무언가를 억지로 내놓게 되면 결국 사고를 칠 수밖에 없고 민간영역은 갈수록 쪼그라들 게 뻔하다. 박 장관의 어투를 흉내내자면 과연 탁자 위에 공짜 돈이 놓여 있겠는가. 누가 뭐래도 국가는 권력이다. 자꾸 저잣거리로 내려가 장사치 흉내를 내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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