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한국 경제의 빈부 격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FT는 30일 '분리된 한국 경제(South Korea: An economy divided)' 기사에서 한국이 경제위기 속에 재벌의 경제력이 확대되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균형적으로 성장하지 못해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 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모두 최대의 이익을 기록하는 등 국가 전체적으로 수출이 29% 증가해 4670억 달러에 달했다" 며 "재벌 기업들이 국내총생산(GDP)의 6.2% 성장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지방의 한 자살자가 남긴 '빚더미에 눌려 고통스럽다'는 메모를 통해 "급속한 경제 성장이 중소기업과 많은 빚을 진 가계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리고 있다" 면서 "이는 경기 회복 자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FT는 또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임을 강조하면서 "부유층과 서민층의 격차가 큰 한국 경제 상황이 높은 자살률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 "겉으로 보면 경제가 좋은 상황인 것처럼 보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면서 "높은 자살률은 부분적으로 취약한 사회 안전망과 고용 불안, 높은 청년 실업률 등에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UBS의 던컨 울드리지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양극화 현상과 관련 "강력한 수출 신장세와 빈약한 국내 소비의 기초 체력을 보여주는 거시경제 지표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면서 "현대자동차의 작년 수출이 18% 뛴 반면 국내 판매는 6% 감소했다"고 계층 간 양극화 사례를 제시했다.

FT는 싱가포르국립대 장세진 교수의 말을 인용해 "재벌 기업들이 해외에서 이익을 내지만 내수 시장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내수 경제 성장을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최근 빈부 격차 해소를 우선 과제로 보고 재벌기업들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압력을 주고 있지만, 아직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면서 "여러가지 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많은 문제점이 남아 있고 한국 경제는 여전히 소수 재벌들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고 FT는 주장했다

부수정 한경닷컴 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