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의 김모 팀장(45)은 2007년 초 대출 3억원을 받아 서울 송파구에 있는 32평형 아파트를 샀다. 대출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강남권 아파트를 영원히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김 팀장은 한 달 150만원의 대출 이자를 갚느라 두 자녀의 사교육비를 줄였고,거치기간이 끝난 지난해부터는 원금도 일부 갚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house poor)'는 전국에 100만가구가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우스푸어 가구당 빚 8373만원

현대경제연구원은 통계청의 2010년 가계금융조사원 자료를 토대로 하우스푸어가 108만4000가구(374만4000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연구원은 △1주택자로 △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았고 △원리금 상환으로 생계 부담을 느끼며 △가계지출을 줄이고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비중이 10% 이상인 가구를 하우스푸어로 정의했다.

하우스푸어의 주택 가격은 평균 2억2910만원,가구당 대출잔액은 8373만원으로 주택 가격의 36.5%에 해당하는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우스푸어가 아닌 가구의 주택 가격 대비 대출잔액은 18.9%로 하우스푸어의 절반 수준이었다.

하우스푸어의 월 평균 가처분소득은 246만원,대출 원리금은 102만3000원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이 41.6%에 달했다. 하우스푸어 중 8.4%인 9만1000가구는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고,30.4%인 33만가구는 대출 만기를 연장해야만 상환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우스푸어는 부동산 시장에도 잠재적 불안 요소다. 하우스푸어의 12.5%인 13만5000가구는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거주 형태를 바꿔 대출 상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30~40대 비중 높아

연령별로는 30~40대에서 하우스푸어가 많았다. 30대 주택보유 162만5000가구 중 20.1%인 32만7000가구가 하우스푸어였다. 40대 주택 보유 가구 중 하우스푸어 비율은 13.5%였다. 50대와 60대의 하우스푸어 비율은 각각 8.2%와 4.3%였다.

소득 계층별로는 상위 20~60%에서 하우스푸어 비중이 높았다. 소득 상위 20~40%인 4분위 주택보유 가구 중 12.9%,상위 40~60%인 3분위 주택보유 가구 중 13.9%가 하우스푸어였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주택 보유 가구 대비 하우스푸어가 17.2%로 지방(5.0%)보다 높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 상승기에 내집 마련의 꿈이 멀어질 것을 우려한 수도권 중산층이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하우스푸어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주택자까지 포함한 광의의 하우스푸어는 156만9000가구(549만1000명)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하우스푸어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중산층과 서민이 집을 사기 위해 무리한 대출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