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간의 경쟁이나 갈등이요? 그런 거 없습니다. 기독교가 국교이긴 해도 종교의 자유는 철저하게 보장되니까요. "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에서 슈발바흐성령교회를 맡고 있는 신국일 목사의 말이다. 독일에서 29년째 살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종교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유가 뭘까.

그에 따르면 독일 국민의 80%는 유아세례를 받고 종교청에 등록된 기독교 신자다. 그 중 51%는 가톨릭,49%는 개신교 신자로 분류된다. 유아세례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1년 동안 신 · 구교별로 입교 교육을 한다. 14세가 되면 입교와 동시에 종교청에 등록되고 세무서에도 등록된다. 성인이 되면 소득의 10%를 종교세로 일괄 징수한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종교청은 정부 기관이 아니라 신 · 구교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대표 기관이다. 청장은 존경과 신뢰를 받을 만한 교계 인사가 맡고,세무당국은 종교세 징수만 대행할 뿐 예산 수립과 집행은 신 · 구교 종교청이 독자적으로 담당한다. 인구비례에 맞게 지역마다 교회와 성당을 운영한다. 목회자를 파견하는 일은 종교청의 몫이다. 한국 교회처럼 선교에 목을 맬 이유도 없고,신 · 구교끼리 다툴 일도 없다는 설명이다.

다른 종교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독일 내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이 300만명가량 되지만 종교생활에 불편이 없다고 한다. 특정 학교에 무슬림 학생이 많으면 학교 당국이 무슬림 교사를 초빙해 이슬람 종교교육을 시켜줄 정도다. 물론 200만명에 달하는 터키계 무슬림에 대한 배려도 깔려 있지만,종교개혁의 나라답게 종교 간 공존의 풍토가 잘 뿌리내린 덕분이다.

무슬림 인구가 늘어나면서 기독교인을 포함한 국민들이 일부 과격파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 위험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과격분자들의 공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일은 교회가 아니라 국가의 몫이라고 대다수의 독일인들은 생각한다고 신 목사는 전했다. '수쿠크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놓고 개신교계 지도자들이 극단적인 발언까지 쏟아내며 반대하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게 아닐까. 기독교 국가인 독일의 종교평화는 '배타'가 아니라 '배려'에서 시작됐다.

서화동 비텐베르크(독일)/문화부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