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명 카페띠아모 경기 파주시 금촌로터리점 대표(54)는 제약과 화학 업종의 대기업에서 연구직과 품질관리 등 내근 업무만 25년간 하다 2007년 봄 퇴직했다. 2009년 5월 파주 금촌로터리 부근에 82㎡(약 25평)짜리 가게를 열기까지 만 2년이 걸렸다. 대학에선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다니는 둘째의 교육비와 생활비,아이 둘의 결혼자금,노후 준비까지 만만치 않은 돈이 필요하더군요. 어차피 내 사업을 갖지 않으면 이만한 돈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어 더 늦기 전에 창업하기로 마음먹었죠."


◆서두르면 체한다

김 대표는 퇴직 후 성급하게 창업해 실패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먼저 퇴직한 선배들에게 '서두르면 실패한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 그는 처음부터 2년의 여유시간을 갖고 '거북이 창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러려면 뭔가 일자리를 갖는 게 필수적이었다.

이때 빛을 발한 게 자신의 경력.오랜 품질관리(QC) 경력 덕분에 품질경영 시스템 구축에 관한 조언을 해주고,국제표준기구(ISO) 인증 심사를 맡는 'ISO컨설턴트'가 눈에 띄었다. 전국 각지의 크고 작은 기업체들을 방문해 컨설팅을 하고 1주일에 2회 보고서만 제출하면 된다는 점에서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이 여유시간이 바로 그에게는 창업을 준비하는 황금기간이었다.

잦은 지방 출장으로 힘겨웠지만 출장 중에도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눈여겨봤다. 창업과 관련된 것은 작은 정보라도 꼼꼼히 챙겼다. 창업 관련 서적들도 한번씩 다 훑어봤다. '어떤 사업 아이템이 나에게 맞을까'하는 생각을 머릿속에 새기고 다녔다. 아이템을 결정하기 전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는 대박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것.둘째는 나이를 감안해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업종을 고른다는 것.셋째는 손님들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지 않으면 안되는 주점이나 외식업은 배제한다는 것 등이었다. 내근에 익숙한 오랜 직업근성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이런 원칙에 따라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커피전문점이었다.

업종을 정한 다음에는 수많은 커피 브랜드 중 경쟁력이 뛰어난 브랜드를 골라야 했다. 지방출장을 갈 때마다 각기 다른 커피전문점에 들렀다. 맛을 비교해보고 메뉴판 내용도 꼼꼼히 기록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카페띠아모."고객과 차를 마시기 위해 우연히 들어갔는데 메뉴 구성,특히 아이스크림이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아이스크림은 이 가게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효자 품목이다.

◆상권과 업종의 궁합이 맞아야

브랜드를 정하고선 다양한 방법으로 가맹본사의 경쟁력을 확인해나갔다. 본사 사장과 1 대 1 면담을 신청,경영 마인드를 판단했다. 다음엔 여기저기 흩어진 가맹점 6곳을 선정,시간 나는대로 방문하거나 전화를 통해 본사 사장이 해준 얘기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입지를 고르는 데는 무려 6개월 이상 걸렸다. 투자비가 최소한 3억원 이상 드는 대도시를 제외하고,2억원 이하로 충분한 중소도시에 가게를 잡겠다는 원칙을 정했다. 10년 이상 거주해 상권을 파악하기 쉬운 파주시를 1순위로,경기 일산과 서울 은평구 지역을 2순위로 발품을 팔았다. 반년 이상 대상지역을 샅샅이 훑어나가다 파주시청과 가까운 금촌로터리 인근의 한 휴대폰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가게 전면이 9m 정도 노출돼 가시성이 뛰어난 데다 시내버스와 광역버스가 오가는 길목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는 가게가 한눈에 들어오고 버스 탄 승객들 눈길도 한번에 잡아끌 수 있는 '황금입지'란 생각이 들었다. 가게 인근에 일반 주택과 아파트 단지가 밀집돼 있고 교통의 요지여서 젊은층의 유동인구도 많았다. 아이스크림 카페를 하기엔 최적의 입지라고 판단했다.

"먼저 창업한 사례들을 꼼꼼히 살펴보니 업종과 상권의 궁합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죠.첫 도전이자 마지막 승부라고 생각하고 출발이 좀 늦더라도 확실한 가게 자리를 고르는 데 전력을 쏟았습니다. " 그의 예상대로 하루 매출은 40만~50만원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객단가(1인당 매출)가 1만원으로 음식점보다 결코 낮지 않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