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백서에 나와있지 않나요? 따로 관리하는 통계 자료는 없습니다. "

국내 온라인게임 수출 · 입 통계 자료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며칠 전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해마다 게임백서를 발간하고 있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문의해보라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문광부 산하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도 다르지 않았다. 진흥원 담당자는 "전임자에게 넘겨받은 자료가 없다"며 "수년치 게임백서를 모두 뒤져보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등 문화 콘텐츠가 미래 먹을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로만 드라이브를 걸며 기초자료조차 파악치 못하는 문광부와 똑같았다.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게임 수출액은 8876억원이다. 문화 콘텐츠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른다. 게임 수출액의 90% 이상이 온라인게임에서 나오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이 문화 콘텐츠 수출을 떠맡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책 수립의 토대인 기초 통계마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게임 산업을 진흥하겠다는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문광부의 비(非)전문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한선교 의원(한나라당)은 "게임산업이 콘텐츠 분야에서 차지하는 수출 규모가 가장 크지만 문광부 게임 담당 부서를 돕는 전문기관의 역할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의 불만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치권 등에서 게임을 사행산업이라거나 청소년유해산업이라며 규제 강화에 몰두하고 있지만,문광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게임 규제를 풀기 위한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도 문광부는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의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1995년 넥슨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온라인게임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이 세계시장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중국 등의 추격으로 한국 온라인게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게임을 보는 관점을 '사행성'에서 '수출산업'으로 바꾸라"는 한선교 의원의 지적에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까닭을 문광부가 되새겨봐야 한다.

박영태 산업부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