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중간급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EMBA(Executive MBA)과정이 최고경영자(CEO)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위상을 굳히고 있다. EMBA는 5~10년 안팎의 실무경력을 갖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학위과정이다. MBA가 일반 직장인들의 경력 전환과 연봉 상승을 돕는 교육과정이라면,EMBA는 중견 간부로서 갖춰야 할 의사결정 능력과 리더십을 키우는 '프리미엄급 코스'라 할 수 있다.

◆효과가 눈에 보인다…'승진'으로

EMBA는 일반 MBA에 비해 교과 과정이 훨씬 압축적이다. 또 현직에 종사하며 수업을 병행하기 때문에 배운 것들을 바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 수강생들 사이에 구축되는 탄탄한 '인맥 네트워크'도 매력적인 요소다. 보통 2년 과정이고 금요일엔 오후,토요일엔 종일 수업을 한다.

전문가들은 실무 경험은 풍부하지만 이론적 지식에 갈증을 느끼는 경영학 비전공 출신들에게 EMBA의 효과가 높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이 과정을 거친 사람들의 임원 승진기간이 크게 단축됐다는 통계도 있다. KAIST가 EMBA를 신설한 2004년부터 올해까지 졸업자 137명을 분석한 결과 20%(27명)가 졸업 후 4년 안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부장에서 임원에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2년2개월로,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조사한 일반 직장인의 임원 승진기간(5년4개월)보다 배 이상 빨랐다.

◆명문대들 자존심 건 '명품 경쟁'

EMBA는 고급인력들이 모이는 프리미엄급 과정인 만큼 명문 경영대 사이에 자존심을 건 경쟁이 벌어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KAIST EMBA는 실무경력 요구 조건을 최소 9년6개월 이상으로 정했다. 다른 학교에 비해 다소 까다롭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동문 네트워크는 더 고급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2학년 1학기에 실시되는 해외연수 과정에 필수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고려대 EMBA는 한 과목을 2주 안에 마치도록 하는 '모듈제' 수업방식을 채택했다. 단기간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CEO 대상 교육에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강대는 기업 중견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주말코스인 SEMBA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여름학기)이나 유럽(겨울학기)에서 해외연수 과정을 선택해 이수할 수 있다. 학교 간 협약을 맺은 미네소타대에서 2학점짜리 미니 MBA 프로그램도 들을 수 있다.

◆기업 밀착하고… 국제감각 높이고

서울대는 지난해 주말 집중형 EMBA 과정을 신설했다. 실무경력 5년 이상이고 회사 추천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현재 90여개 기업이 서울대 EMBA를 경영진 양성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다.

성균관대(SKK GSB)에 지난해 문을 연 주말 EMBA는 8년 이상 경력자를 대상으로 100% 영어 강의로 진행된다. 수료생 전원이 미국 인디애나대 켈리 스쿨의 복수학위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 수업과 필드 트립(현장체험) 기회도 있다. 연세대도 올 초 경력 10~15년 안팎의 임원급을 겨냥한 EMBA 과정을 신설했다. 학생들이 국가를 자유롭게 선택한 뒤 현지에 적합한 사업전략을 직접 수립하는 실습 과정인 '글로벌 트랙'을 도입,국제감각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단순히 업무 기능에 관한 강의를 과감히 축소하고 실질적인 리더 양성 프로그램으로 특화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