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유명 경영대학원인 에섹 비즈니스스쿨 출신의 엘레노어 폰테인씨(25)는 올해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글로벌 MBA 과정에 입학했다. 프랑스 이동통신사인 에스에프알과 바클레이즈은행 등에 근무하며 다양한 실무 경력을 쌓은 그는 글로벌 시장으로 떠오른 한국에서 경험을 쌓기 위해 SKK GSB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폰테인씨는 "한국의 MBA 과정은 해외 유수 경영전문대학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2006년 9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9개교를 시작으로 본격 출발한 '한국형 MBA'가 올해 출범 5주년을 맞았다. 국내 경영전문대학원들은 지난 5년간 외국인 학생과 교수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영어강의 비율을 확대하고 각종 국제인증 및 외국 대학과의 복수학위 운영으로 짧은 기간 안에 실질적인 국제화를 달성했다. 또 대학별로 다양한 특성화 과정을 마련,학교별 강점을 부각시키는 등 한 단계 진화했다는 분석이다.

◆5년 만에 글로벌화에 성공

국내 경영전문대학원들의 국제화 수준은 실질적인 '글로벌 스탠더드'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KAIST,서울대,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이화여대 등은 이미 AACSB(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 등 국제적 기관으로부터 표준 인증을 획득했다.

각 대학은 해외 대학과의 협력 프로그램도 앞다퉈 확대하고 있다. KAIST는 2006년 미국 로체스터대와의 복수학위를 시작으로 현재 미국 미시간주립대 · 일리노이대(어바나 샴페인) · 서던캘리포니아대,영국 런던시티대 등과도 복수학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는 미국 듀크대,중국 베이징대,프랑스 에섹대 등 다양한 국가의 학교들과 복수학위를 운영 중이다. 7개국 15개 대학과는 교환학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출범 당시 3개교와 국제 협정을 맺었던 이화여대는 현재 전 세계 24개교와 복수학위 또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 카스 비즈니스스쿨 등 4개교와 복수학위 과정을 개설한 서강대도 복수학위를 받을 수 있는 해외 대학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민재형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영국 케임브리지대를 비롯 스페인 IE 등과의 복수학위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상 대학을 10개 안팎으로 확대해 국제화된 MBA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 및 교수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연세대는 올해 북중미,유럽,아프리카,아시아 등 전 세계 17개국에서 학생들이 몰려 전체 학생의 58%를 외국인 학생으로 채웠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글로벌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장점이다.

이에 따라 각종 평가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KAIST 최고경영자과정은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평가에서 세계 45위에 오르기도 했다.

◆융복합 · 특성화가 대세

각 대학은 학제 간 융복합과 차별화된 특성화 전략으로 국내 및 해외 지원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SKK GSB는 미국 인디애나대 모러 로스쿨과 공동으로 JD(Juris Doctor)/MBA 과정을 개설했다. 경영학과 법학을 동시에 전공한 인재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KAIST 정보미디어 MBA는 경영정보 MBA와 텔레콤 MBA가 합친 경우다. 학교는 이 과정을 통해 정보기술(IT) 및 미디어 산업에 특화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건국대는 올해 기술경영(MOT) MBA 과정을 개설했다. 이 프로그램은 경영학과 공학을 결합해 기술 혁신에 대한 이해는 물론 경영지식을 함께 제공하는 과정이다. 이공계 출신 학생들에게 미래 최고경영자(CEO)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

각 학교의 특성화 과정도 눈길을 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은 지난해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와 공동으로 산업보안 MBA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과정은 전문보안기술 및 윤리경영 마인드를 갖춘 전문보안관리자를 양성한다. 특히 안철수연구소 등 국내 산업보안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전문가들의 실무 특강이 매달 진행돼 이론과 실무를 균형 있게 배울 수 있다.

서강대는 2008년 중소기업청과의 협약을 통해 '경영컨설팅학과'를,지난해에는 '서비스시스템 경영공학과(SSME)'를 잇달아 개설했다. 경영컨설팅학과는 컨설팅 전문인력을 키우며,SSME는 지식서비스 분야에 특화된 전공이다. 또 KAIST와 고려대는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따라 '녹색 금융 특화 MBA'를 운영 중이다. 성균관대는 삼성생명과 함께 보험분야 전문 경영인 양성을 위한 '보험금융학과'를 개설했다. 약학분야 경영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지난 9월 팜(Pharm)-MBA를 개설한 동국대도 눈에 띈다.

서길수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은 "국내 MBA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미국이나 유럽과는 차별화된 커리큘럼이 필요하다"며 "최근 국내 경영전문대학원들의 다양한 변화의 노력이 동북아 비즈니스 환경을 이해하고자 하는 전 세계 인재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