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부업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계 자본이 저축은행에도 뛰어든다.

10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리스회사인 일본 오릭스(ORIX) 그룹은 오는 14일 푸른2저축은행을 119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대주주인 푸른저축은행과 체결하기로 했다. 대부업이나 리스 캐피털 등 여신금융회사가 아닌 저축은행 업계에 순수 일본계 자본이 직접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릭스는 푸른2저축은행 지분 85%(218만3000주)를 1190억원에 사들일 예정이다. 푸른2저축은행 대주주인 푸른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70.7%(182만8000주)를 전량 매입하고 소액주주들이 갖고 있는 주식 35만5000주는 매각동의 위임장을 이미 받았다. 푸른저축은행은 상장사이지만 푸른2저축은행은 비상장사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푸른2저축은행은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지난 6월 말 결산 기준 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알짜 회사"라며 "리스회사로 출발해 세계적인 종합 금융그룹이 된 오릭스가 국내 저축은행 업계에 진출한다면 판도 변화를 비롯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오릭스 그룹은 1964년 '오리엔탈 리스'로 출발한 총 자산 7조7000억엔(약 109조원) 규모의 종합 금융그룹이다. 리스와 대출업을 하는 오릭스 코퍼레이션이 주력 계열사이며 캐피털 생명보험 자산운용 부동산 등 800개에 달하는 연결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오릭스 측은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함께 사모펀드(PEF)를 조성해 저축은행을 인수하려 했으나 이들 기관투자가의 의사결정이 늦어지면서 단독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매물이 쏟아져 외국 자본의 저축은행 인수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업계는 이미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 일본계 자본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푸른2저축은행 매각 완료 시점은 11월 중순께가 될 전망이다.

이호기/안대규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