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자영업자 수는 551만4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2분기(607만3000명)에 비해 55만9000명 감소했다. 상당수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경기를 타지 않는 업소도 꽤 있다. 바로 대학이나 대형 병원 등 공공시설에서 영업 중인 매장들이다. 이런 곳은 고정 고객이 많아 안정적인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에서 던킨도너츠 가게를 운영 중인 김희정씨는 "자영업은 처음이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관리를 해주는 데다 매출 변동이 적어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장 확보가 쉽지 않다. 공개 입찰을 원칙으로 하지만 수의계약이 많기 때문이다. 김창환 점포라인 대표는 "공공시설에는 알짜 매장이 많아 초보 창업자들에게 최고의 성공 기회가 될 것"이라며 "평소 관련 시설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구해야 하며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퍼스 매장이 뜬다

주요 대학들은 수익원 확보를 위해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캠퍼스 내 쇼핑시설을 유치하고 있다.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이 캠퍼스에 식당 서점 등 학생 편의시설을 운영 중이다. 2008년 하반기 완공된 서강대 '곤자가 플라자'에는 커피전문점 햄버거 분식점 등 10여개 음식점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 2008년 10월 문을 연 '김가네 서강대점'은 전국 350여개 김가네 매장 중 매출 최상위권에 속하는 우량 점포다. 매장은 50㎡ 규모로 작지만 월 평균 3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점주인 양희선씨는 1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장사 경험이 없어 걱정했으나 본사 매뉴얼대로 따라했더니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개점 두 달째부터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 양씨는 "대학 내 매장은 경기를 타지 않고 고정 고객이 많은 게 장점"이라며 "신촌 인근 로드숍에 비해 임대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말했다.

양씨는 2008년 초부터 자영업을 하고 싶어 매장을 찾다 학교 관련 지인으로부터 입점 제의를 받고 매장을 오픈했다고 귀띔했다. 양씨는 곤자가 플라자를 운영 중인 '캠퍼스컴'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다. 그는 "서강대 안에도 재계약을 앞두고 나온 매물이 있다"고 덧붙였다.

임영태 김가네 이사는 "대학에 매장을 내고 나서 젊은층에서 '김가네'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높아져 앞으로 대학가에 적극적으로 매장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형 병원은 황금 상권

21일 오후 서울 지하철 9호선 흑석역 4번 출구에서 중앙대병원까지 가는 진입로는 재래상권이지만 병원 안은 깔끔했다. 병원 지하 1층에는 편의점,중화요리,한식,꽃집,커피전문점,치킨점 등 20여개 점포가 입주해 있다. 식당가 구석에 자리잡은 던킨도너츠 매장에는 간호사 등 병원 직원은 물론 병문안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난해 4월 오픈 후 매출이 늘고 있습니다. 영업시간인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반까지 시간대와 관계없이 꾸준히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어요. " 점주인 김씨는 "병원 상주 직원과 외부 고객 비중이 50 대 50 정도"라며 "판촉활동을 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고객이 찾아오는 게 로드숍에 비해 유리한 점"이라고 말했다.

이 매장은 65㎡ 크기로 총 4억원이 투자됐으며,월 임대료(관리비 포함)로 250만원가량을 내고 있다. 매니저를 포함,5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월 매출은 4000만원 정도로 전국 800여개 던킨 매장 중 상위권에 속한다. 중앙대병원 지하식당가는 학교 측에서 직접 임대료를 받고 관리하고 있다.

도넛 가게를 열기 전까지 김씨는 가정주부였다. 아이가 어느 정도 커 사회생활을 해보고 싶어 가게를 시작했다. 그는 개점에 앞서 적당한 매장을 찾기 위해 6개월 정도 발품을 팔고 다닌 끝에 지금 매장을 찾았다. 마침 알고 있는 지인이 개인 사정으로 점포를 양도한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 측과 점포 재계약을 맺었다.

주부에서 사장으로 변신한 김씨는 "병원 상가는 경기를 거의 타지 않는다"며 "초보 창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게 상권인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목 좋은 매장을 찾는 게 성공 포인트"라고 조언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