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주식 대량매매를 손쉽게 체결할 수 있는 경쟁 거래 방식인 한국판 '다크 풀(Dark Pool)' 제도가 하반기에 도입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증권사 브로커를 통할 필요가 없어져 기관은 물론 개인 '큰손'들이 장중에 소문이 퍼질 우려 없이 주식 대량 거래를 할 수 있고 거래 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된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대량매매 활성화를 위해 '경쟁 대량매매 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오는 29일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거래소는 공청회에서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시스템 개발을 거쳐 연말께 시행할 방침이다.

경쟁 대량매매 제도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다크 풀' 제도와 비슷하다. 다크 풀은 정규 매매와 구분되는 별도의 호가장으로 주문 시간과 수량 등의 경쟁 매매 방식으로 체결된다. 정규 매매 호가장과 달리 상대 주문 정보를 볼 수 없고 가격을 써낼 수도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량 거래를 원하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어떤 체결 정보 없이 주문을 내면 수량과 시간 조건이 맞을 경우 일단 체결된다. 가격은 정규장 마감 직후 알 수 있는 VWAP(거래량 가중평균가격)로 결정된다. VWAP는 당일 거래대금을 거래량으로 나눠 구한다.

거래소는 한국판 다크 풀 제도가 도입되면 대량매매에 따른 상대방 탐색 비용과 시장 충격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정보 유출 없이 대량 거래를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대량거래는 브로커를 통해야 하는 불편함과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특히 브로커가 매매 상대방을 찾는 과정에서 주문 정보가 노출되는 부작용도 있다.

대량매매 최소 규모 요건은 현재 1억원에서 5억원 수준으로 높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또 다크 풀 대상 종목은 관리종목 등을 제외한 모든 종목에 허용해 줄 방침이다.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 '큰손'들도 다크 풀 시장을 적극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다크 풀 제도를 이용하면 시장을 주시하고 있지 않아도 대량 매물을 사거나 팔 수 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