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대 경영대학 SK관 수펙스홀.희끗희끗한 머리의 80년대 학번 서울대 경영대 졸업생 60여명이 20여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와 최신 경영 이론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었다.

'서비스 사이언스'를 주제로 이날 강의를 진행한 김수욱 경영대 교수는 "어떤 제품을,어떤 가격에,어떤 옵션을 붙여,언제 팔았을 때 기업과 고객의 만족도가 극대화될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업마다 축적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과학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시간가량 진행된 강의 내내 졸업생들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열심히 필기하며 강의에 집중했다. 수업에 참석했던 정덕환 ㈜에프앤아이 대표(88학번)는 "3D 콘텐츠를 개발하는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최신 경영 트렌드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며 "졸업한 지 20여년이 지났는데 학교가 이런 교육을 해줘 너무나 고맙다"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대가 졸업생 품질(?) 관리를 위한 애프터서비스(AS)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처음으로 주말마다 이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 이상된 동문들을 대상으로 평생 교육 서비스인 '동문경영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일엔 1기 수료생 27명도 배출했다.

동문경영포럼은 졸업생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만든 일종의 이색프로그램이다. 안태식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대학은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고,지속가능한 리더를 양성할 책임이 있다"며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된 동문들이 새로운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강의를 개설하게 됐다"고 밝혔다. 학교가 동문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과목은 재무 · 회계 · 인사 · 전략 · 마케팅 · 생산 등 경영학 전 분야다. 특히 이들 분야의 최신 이슈와 트렌드를 가르친다.

무료 프로그램으로 총 12개 세션으로 진행된 1기 포럼은 강의마다 80여명 이상의 졸업생들이 참석할 만큼 호응도 높았다.

이날 수료식에 참가했던 정 대표는 "80년대 학번의 경우 사회적 여건상 학업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졸업한 경우가 많아 AS가 아니라 사실상 '리콜'인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경진 삼성물산 차장(85학번)은 "경영학의 경우 특히 10년 이상된 졸업생들은 재교육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새로운 트렌드를 통해 실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경영대는 1기 배출을 계기로 오는 2학기부터 매 학기 졸업생을 위한 강의를 개설할 계획이다. 강성춘 경영대 주임교수는 "학기마다 교육프로그램을 새롭게 업데이트해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