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비디오게임기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이패드와 아이폰 등 애플의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한 게임들의 잇따른 출시가 비디오게임에 부정적인 영향을 직접 미치는 탓이다.

비디오게임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과거 '닌텐도의 최대 적이 소니가 아니라 애플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이제 소니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서로 경쟁하기보다 애플에 공동으로 대항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아이패드,출시 28일 만에 100만대 돌파

지난 4월3일 북미 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아이패드'는 카메라 제외,불편한 휴대성,운영시스템(OS)의 한계 등 여러 단점이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첫날 50만대 판매를 가볍게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내 출시 28일 만인 지난 30일에는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온라인 광고업체인 '치티카'에 따르면 아이패드 판매량이 가장 많은 곳은 캘리포니아주로 전체 판매의 19.12%를 차지했다. 뉴욕주와 텍사스주가 각각 8.3%와 8.0%로 뒤를 잇고 있다. 애플은 최근 미국 내 아이패드 구입 수요가 예상보다 증가함에 따라 물량 부족을 이유로 해외 출시를 5월 이후로 연기하기도 했다.



◆아이패드용 게임,연말까지 100여개

아이패드는 휴대용 게임기라고 하기에는 약점이 많다. 단말기 자체가 커 휴대하기가 쉽지 않고 '잡을 데가 마땅치 않다'는 평이 나올 만큼 들고 다니기도 용이하지 않다.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조작감이 게임에 적합한 환경도 아니다. 무겁기 때문에 장시간 들고 다니면서 게임을 하기에 무리가 있고,사양 자체가 기존 아이폰 등과 비해 큰 차이가 없다는 것도 단점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게임 업체들이 이미 아이패드용으로 게임을 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올해 최대 히트 상품 중 하나가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는 아이패드가 올해 700만대가량 팔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고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600만대가 팔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단일 기종으로 나오자마자 이렇게 큰 관심을 끈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존 비디오게임 산업의 정체로 고심하고 있는 게임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아이패드용 게임 제작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게 게임업계의 관측이다.

게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노트북이나 전자책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게임 개발자로서는 기존 비디오게임기의 제약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패드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이미 일렉트릭아츠(EA)와 게임로프트 등 유명 게임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아이패드에 최적화한 게임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북미지역에서 출시된 게임만 30여종에 달한다. 게임 업계에서는 올해 말까지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서만 100여개에 달하는 아이패드용 게임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이패드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예상을 뛰어넘자 처음에는 아이패드의 영향력을 애써 낮춰 잡았던 닌텐도와 소니 등 비디오게임사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시장이 정체돼 고전하는 와중에 이제는 애플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 기존 시장마저 잠식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패드용 게임들은 1~12달러 수준의 가격으로 기존 비디오게임기용 게임의 가격대(30~50달러)보다 훨씬 싸다. 가격은 싸지만 위룰에서 보듯,기존 비디오게임들이 취약한 온라인게임의 요소를 대거 도입했고 소셜 네트워크 기능까지 갖춰 즐길거리가 부족하지 않다.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폭넓은 게임 유저층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도 아이패드의 장점이다.

비디오게임업계는 애플의 이런 공세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닌텐도가 최근 닌텐도DSi를 선보이면서 단순한 게임기가 아닌 여러 가지가 가능한 멀티미디어 기기로 다시 태어난 점을 강조한 것도 아이패드의 이런 다재다능함과 아이패드용 게임의 장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소니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대항하기 위해 PSP폰 제작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닌텐도의 경우 게임 화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3D 게임기 제작에도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요소를 비디오게임기에 동원해 다양한 재미 요소를 추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