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가정과 사무실에서 쓰이는 형광등을 대체할 '직관형 LED조명' 표준을 놓고 LED업계가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직관형 LED조명은 형광등처럼 긴 원통 모양으로 생긴 램프로 기존 형광등 설비에 그대로 꽂아 사용할 수 있는 제품.국내에는 100여개 업체가 3가지 방식의 제품을 개발 중인데 정부는 조만간 이들 방식 가운데 특정 방식을 표준으로 정할 계획이다. 표준 경쟁에서 밀리는 방식을 채택한 업체들은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어 행정소송 등 난타전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20조원 시장 생기는데…

1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은 6월에 '직관형 LED조명' KS표준을 확정 · 고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백열등,할로겐,가로등용 LED조명과 달리 지금까지 KS표준이 정해지지 않아 시판이 허용되지 않았던 직관형 LED조명 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국내에서 사용 중인 형광등은 4억개가량.정부는 이를 단계적으로 직관형 LED램프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LED램프의 개당 가격이 5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20조원가량의 시장이 생기는 셈이다.

◆표준 제정 놓고 업계 갈등 증폭

문제는 업체마다 이미 서로 다른 방식의 제품 개발을 마친 상태라는 데 있다. 또 몇몇 기업을 빼면 대부분 영세한 기업이어서 새 표준으로 전환할 능력도 없다. 이와 관련,현재 국내에 나온 LED램프는 크게 '안정기 호환형'(이하 호환형),'직결형','컨버터 외장형' 등 3가지.호환형은 기존 형광등에 LED램프만 대신 끼워 넣으면 되는 방식으로 금호전기 남영전구 등 20여개 업체가 택하고 있다.

이와 달리 직결형과 컨버터 외장형은 형광등용 안정기 대신 컨버터(전기변환장치)를 LED램프에 외장 또는 내장 형태로 부착하는 방식이다. 화우테크놀러지 루미리치 등 80여개 업체가 개발 중이다.

기술표준원은 이 중 '호환형'을 KS표준 모델로 내정한 상태다. 여기에 '컨버터 외장형'에도 KS표준을 부여하되 캡(램프 양 끝에 있는 연결핀) 형태를 달리 설계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박인수 기술표준원 과장은 "기존 형광등 설비에 LED를 같이 사용하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며 "형광등의 내부 설계를 임의로 손대지 못하도록 한 전기용품안전관리법 규정에도 호환형이 가장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직결형,컨버터 외장형 제조업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N사 관계자는 "LED는 형광등과 달리 안정기라는 부품이 필요없는데 호환형을 표준으로 정할 이유가 없다"며 "기술표준원 방침은 친환경 · 고효율 소재인 LED를 구닥다리 형광등에 끼워 맞추는 억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행정소송으로 번질 듯

기술표준원은 이 같은 일부 업체들의 반발에 직결형이나 컨버터 외장형에 대해서는 앞으로 별도 KS표준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체 관계자들은 "당장 KS표준이 호환형에만 주어지면 영세 조명기업들은 순식간에 무너진다"고 반박했다. 직결형,컨버터 외장형 업체들로 이뤄진 '한국LED조명공업협동조합'은 이에 따라 기술표준원이 KS표준을 고시하는 대로 이를 무효화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