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넌 빠져" …아파트만 재건축하는 곳 늘었다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인 저층 재건축 단지인 강동구 고덕주공 6단지는 지난 3일 상가 조합원을 제외한 채 재건축조합 설립인가를 받았다. 거듭된 협상 요구에도 상가 측이 무반응으로 일관하자 아예 상가를 빼고 재건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합설립인가 신청에 앞서 법원에 토지 분할 소송을 냈다. 조합 관계자는 "상가 소유자 3분의 2의 찬성이 없으면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상가 측이 유리한 보상조건을 이끌어 내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상가를 놔두고 재건축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상가를 제외한 채 사업을 추진하려는 재건축 조합추진위들이 늘고 있다.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사업진행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노리고 한 몫 챙기려는 일부 상가 소유주들의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작년부터 토지 분할 소송 본격화

재건축 단지에선 상가 소유주와 아파트 소유주 간 분쟁이 없는 곳을 찾기 어렵다.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강동구 고덕주공 2 · 3 · 5 · 6 · 7 단지 등에선 예외 없이 상가 소유주와 아파트 소유주들이 분쟁을 벌였거나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2002년 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 41조)'은 아파트와 상가 부분을 분할해서 재건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추진위들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분할 소송을 꺼리고 있다. 소송에선 1심 판결이 나오는 데만 1년씩 걸리는 경우가 많다.

작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추진위들이 적극적으로 토지 분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 동부이촌동 렉스에 대해 법원이 최초로 토지 분할을 허가하는 판결을 하고,국토해양부도 "토지 분할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조합설립을 허용하라"는 질의회신을 내린데 따른 것이다. 도정법은 토지 분할 전이라도 조합설립과 사업시행 인가까지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일선 구청들은 그동안 민원을 우려해 인가에 소극적이었다.

토지분할 허가 판결 등으로 서울 시내에선 고덕주공6단지 외에도 강동구 둔촌주공,동부이촌동 렉스,서초구 삼호가든 1 · 2차 등이 상가를 뺀 채 조합을 만들었다. 경기도에선 부천시 약대주공,안산시 군자주공 7단지 등이 상가를 제외시켰다.

◆득(得)보다 실(失)이 많을 수도

상가를 뺀 재건축은 상가 소유주의 지나친 요구를 들어줄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선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우선 소송이 언제 마무리될지 기약할 수 없다. 상가 측이 고의로 소송 지연에 나서면 더욱 그렇다. 소송과정에선 소송 당사자들에게 소송 사실을 알리는 '송달'이 필수 과정이다. 일부러 법원 우편물을 수령하지 않으면서 소송을 하염없이 늦출 수 있다.

맞대응에 나선 상가 소유주들이 추진위 · 조합설립 과정의 하자를 트집잡아 설립 무효소송을 낼 수있다. 실제 고덕주공 2단지와 3단지 상가 소유주 일부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추진위를 만든 것은 무효"라며 추진위 설립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상가 자리를 빼고 나면 사선제한 등 건축규제 때문에 용적률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단지도 나온다.

◆법리 정립 안돼

토지 분할의 주요 쟁점에 대해 정립된 판례는 아직 없다. 이제 막 관련 소송이 발생하는 단계여서다. 주요 쟁점을 보면 먼저 개별 소유자의 위임절차 없이 추진위가 소송 당사자(원고)가 될 수 있느냐는 문제다.

기존에 상가 부분과 아파트 부분에 설정된 근저당 등 소유권 이외의 권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문제다. 민법상 '공유물 분할'의 경우 공유물이 쪼개지더라도 기존에 있던 근저당 등에 대한 책임은 양쪽이 공동으로 떠안게 돼 두고두고 분란거리가 된다. 또 도정법이 토지분할 전에 조합설립과 사업인가까지만 가능하도록 해둔 것도 문제다. 관리처분 등 그 이후 단계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상가를 배척하고 난 뒤 아파트 내에 단지 내 상가를 다시 지어야 하는지도 쟁점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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