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다니는 자녀 교육을 위해 2년 전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우성아파트로 전세를 얻어 이사왔던 김모씨(48)는 며칠 전 기가 막힌 얘기를 들었다. 집주인이 재계약을 하려면 현재 2억7500만원인 전세금을 4억원으로 올려줘야 한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전세가가 오른다기에 3억5000만원까지는 올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4억원을 부르는 통에 다른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불과 일주일 전 서울시가 내놓은 '2010년 주택수급 전망' 자료로는 설명이 안 된다. 자료에서 서울시는 '철거되는 주택 대비 입주하는 주택이 올해는 600채 많아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 등 서울 동남권은 1만566채의 주택이 순증해 '전세대란'이 일어나기는커녕 전셋값이 떨어질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왜 서울시 전망과 현실은 딴판일까. 11일 한국경제신문이 여러 주택통계와 전세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분석해본 결과 서울시 자료에 오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서울시가 내놓은 자료에는 수요예측이 빠져 있다. 서울시내 25개 구청에 확인한 결과 2000년 이후 2008년까지 서울에서는 연평균 1만350명의 인구가 늘어나고 6만9633세대가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혼과 취업 등으로 따로 나와 사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특성 때문이다. 이 수치를 감안하면 올해도 6만세대 이상의 수요가 서울 시내에는 추가로 발생할 수 있지만 서울시가 발표한 주택 순증분 600채로는 수요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별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에서 인구 및 세대 증가가 가장 많은 곳은 양천 · 영등포 · 관악구 등이 있는 서남권.1년에 평균 2만1776명이 늘어나고 세대 수는 2만6702세대 늘어난다. 하지만 올해 이 지역에서는 철거되는 주택이 입주하는 주택보다 많아 4229채가 감소한다. 평년 수준의 세대유입이 진행된다면 이 지역에서 3만세대 이상이 전세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원구,성동구 등 동북권에서도 인구는 매년 4577명 줄어들지만 세대는 1만9747세대씩 증가해왔다. 이 지역의 올해 주택 공급량 역시 -1164채여서 세대수 대비 부족물량이 2만채를 넘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그나마 아파트 공급량이 많은 동남권(강남 · 송파 · 서초 · 강동)도 세대 수 증가는 1만3160세대로 공급을 초과해 구조적으로 세입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울시가 내놓은 공급 추계도 여러 문제점이 있다. 서울시가 내놓은 올해 입주 아파트 4만2000채 통계는 최대 8000채나 부풀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자료에는 이미 지난해 입주를 시작해 거의 완료된(200여채 미입주) 강동구 '고덕 아이파크'는 물론 아직 이주조차 하지 않은 서초구 서초동 1301 재건축 아파트(443채)까지 올해 입주물량으로 넣었다. 민간 부동산정보업체가 집계한 올해 서울 입주물량이 3만4000여채에 불과했다.

백광진 서울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주택협회가 내놓은 '2010입주 통계' 및 SH공사 자료를 바탕으로 통계자료를 만들었다"며 "하지만 이 통계자료의 오류 여부를 일일이 검토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노경목/성선화 기자/백상경 인턴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