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대거 쏟아진 신규 아파트 단지들의 '분양성공 확률'은 50%였다. 서울과 인천 경제자유구역,경기도 등지에서 28개 단지가 분양에 나섰지만,3순위 청약통장 소지자까지의 접수에서 공급물량을 넘어 청약을 받은 데는 14곳에 그쳤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기존 주택시장의 침체 속에 분양시장이 나홀로 활황이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뒤끝'은 좋지 않은 셈이다. 오는 2월11일 양도세 감면조치 폐지를 앞두고 1월에도 이 같은 분양시장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어 새해 첫달 청약을 준비 중인 수요자들은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분양시장,지역별로 양극화

분양시장의 경우 작년 11월 중순부터 차츰 냉기가 돌았다는 게 주택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인천 영종신도시에서 동시분양을 진행했던 6개 단지에서 대거 미분양이 쏟아져 나온 데다 서울에서도 강동구 '고덕 아이파크'와 용산구 '동자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등이 고분양가 논란 속에 미분양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서울에서 공급된 단지 가운데 마포구 공덕동 '펜트라우스'가 263채 분양에 59명이 청약했고,중랑구 '중랑숲리가'는 375채 공급에 369명이 신청하는 등 청약미달 단지가 잇따랐다. 반면 가재울뉴타운 '래미안 e-편한세상'과 '교대 e-편한세상'에서는 최고 경쟁률이 각각 9.25 대 1과 10 대 1을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도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송도와 청라,광교신도시 등의 단지들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고양 일산,김포한강신도시 등에선 청약미달이 줄을 이었다.

◆공급물량 많은 만큼 청약미달도 늘어

지난해 12월 분양시장에 나타난 특징은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사실이다. 일산 옆 탄현의 주상복합으로 관심을 끌었던 '일산위브더제니스'가 일반청약에서 1736채가 미달(2693채 공급)되는 참담한 결과를 빚은 게 단적인 예다. 3.3㎡당 1600만원 선에 이르는 고분양가도 문제였지만 고양시 일대에 분양 및 입주 물량이 집중되며 일시적으로 공급과잉이 빚어졌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일산을 비롯한 고양시에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만 5622채가 분양됐으며 올해 입주할 물량은 1만3565채로 용인 다음으로 많다.

같은 수원에서 3개월 시차를 두고 분양했던 수원 아이파크시티에서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 9월 분양에서는 2.7 대 1의 비교적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지만 12월에 공급된 2014채의 아파트에는 3순위까지 917채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는 4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9월 분양단지와 비교해 입지상으로는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광교신도시 등 수도권 분양물량이 12월에 집중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면서 "12월에 분양된 아이파크시티 세대 수가 9월 분양분보다 1.5배 정도 많았다는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분양 성적,'형님 따라'

택지지구나 신도시에서 처음 분양하는 단지의 성적이 이후 분양단지에도 영향을 주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12월에 분양이 많았던 한강신도시에서는 이전에 분양된 단지들이 분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연&힐스테이트' 등도 미분양을 기록했다. 고양 삼송지구도 은평뉴타운 인근에 자리잡아 분양 전만 해도 별내지구에 맞먹는 인기를 기록할 것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가장 앞서 분양한 '삼송 호반베르디움'이 3순위에서 청약에 성공했을 뿐 이후 분양한 '삼송 아이파크'도 3순위까지 71채가 미분양됐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삼송지구의 경우 과밀억제권역으로 양도세 감면 폭(60%)이 적은 데다 전용면적 85㎡ 이하의 경우 전매제한 기간이 7년에 이르는 등 별내지구 등 수도권 다른 지역에 비해 제도상 불이익이 큰 게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