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대표인 아이폰이 이달 말 한국에 도입된다고 한다. 이미 전 세계 90여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폰이 IT강국인 대한민국에 이제서야 도입된다는 것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우리나라의 휴대폰 사업과 통신산업에 이미 많은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휴대폰은 자동차,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수출품으로,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이 세계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 휴대폰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세계 휴대폰 시장은 빠르게 저가인 피처폰과 고가인 스마트폰으로 양극화되고 있는데,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방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가 휴대폰의 경우 가격경쟁에서 후발주자인 중국이 버티고 있다. 반면,고가인 스마트폰의 경우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술력이 세계시장을 리드하기에는 부족하다. 첫째,스마트폰의 핵심기술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뛰어난 하드웨어 기술로 시장을 확장해 왔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은 그렇지 못하다. 일례로 세계1위의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의 경우 심비안이라는 자체 운영체제,블랙배리폰의 RIM과 아이폰의 애플도 자체 운영체제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자체 기술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즈 모바일을 구입하거나 혹은 공개 소프트웨어인 구글의 안드로이드,리눅스 모바일 등을 사용해야 한다.

둘째,스마트폰의 경우 단말기의 성능보다는 단말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응용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이러한 응용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수 있는 모바일 생태계가 중요한데 애플사의 경우 앱스토어라고 불리는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많은 개발자로부터 소프트웨어를 공급받는다. 다른 경쟁사인 노키아,RIM,구글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삼성전자,LG전자도 최근 모바일 생태계 조성을 위한 앱스토어를 열었지만 초기 단계라 성패가 불분명한 실정이다.

최근 뒤떨어진 소프트웨어 기술을 위해 휴대폰 개발업자,이통3사,지식경제부 국책연구소인 ETRI가 손을 잡고 리눅스 기반의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다고 한다. 늦었지만 반가운 이야기다. 이에 다음과 같은 추가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거시적으로 이통3사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와이브로망과 2세대,3세대망 등 최고의 모바일 인프라를 가지고 있지만 활용도에선 미국과 일본 등에 한참 뒤떨어진 우리의 모바일 인터넷 환경은 척박하다. 모바일 요금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승자독식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국내 휴대폰 업체는 연합을 통해 크기를 키워야 한다.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단일화,응용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의 단일화,그리고 응용소프트웨어 공급망인 앱스토어의 단일화를 통해 국내외 업체와 제휴해야 한다. 단일대오를 가지고 있는 애플 혹은 노키아와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운영체제와 개발플랫폼의 단일화는 잠재적 개발자 확보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유통망인 앱스토어는 해외 유수의 서비스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생태계의 확대 안정화가 필요하다.

셋째,많은 사업자간 이해관계의 상충은 필연적이고 이를 조정할 역할은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몫이다. 이동통신사업자와 휴대폰 제조업체와의 이해관계,세계 각국 이동통신사와의 이해관계 상충을 조정해 주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휴대폰 껍데기 제조국의 전락 혹은 세계 모바일 생태계 중심국 진입의 기로에 서있다. 우리는 애플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보다 먼저 엠피맨(mpman)을 세계 최초로 사업화시켰으면서도 세계시장은 애플에 내줬다. 새로운 스마트폰 시장에선 그리고 모바일 생태계 형성에선 우리가 애플이 했던 것처럼 우뚝 서길 바란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이다.

모정훈 <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