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매일 0.01%포인트씩 오르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국고채와 회사채 은행채 등은 금리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데,CD금리는 마치 잘 짜여진 각본처럼 한 계단씩 매일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CD 거래가 없어 시장 메커니즘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금리상승분을 조금씩 반영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7거래일 연속 0.01%P 올라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D금리는 이날 0.01%포인트 올라 연 2.79%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부터 7거래일 연속 0.01%포인트씩 상승했다. 지난 8월 초 이후 상승폭은 0.38%포인트에 달한다.

CD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연 5%대 중후반 수준에 머물러있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6%대 초반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가계대출 533조원의 70%가량인 373조원이 CD금리에 연동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이다. 중소기업대출 440조원 가운데 CD금리 연동 대출은 176조원(40% 수준)이다.

◆증권사들이 CD금리 결정

CD금리는 금융투자협회가 대우 삼성 우리투자 등 10개 증권사들로부터 금리를 제출받아 고시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가장 높은 금리와 가장 낮은 금리 2개를 제외한 나머지 8개를 산술 평균해 매일 낮 12시와 오후 4시에 발표한다. CD금리가 매일 0.01%포인트씩 오르는 것은 증권사들이 매일 0.01%포인트씩 올린 금리를 금융투자협회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수급(需給)이 아니라 증권사 설문조사로 CD금리를 결정하는 셈이다.

증권사들은 CD 거래가 없고 발행 물량도 미미하기 때문에 시장 흐름을 감안해 CD금리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이 활발하고 거래가 잘 이뤄져야 이에 근거한 금리를 낼 수 있는데 최근에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궁여지책으로 잔존 만기 3개월 은행채 금리를 참고로 해서 CD금리를 평가하고 있다. 7일의 경우 잔존 3개월물 은행채 금리가 연 2.82%였는데,전날 CD금리가 연 2.78%여서 대부분 증권사들이 CD금리를 0.01%포인트 올려 금융투자협회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CD는 은행채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CD금리는 잔존 3개월물 은행채 금리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으로 평가돼야 한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시장에 충격이 올까 봐 매일 조금씩 올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같은 관행이 깨지지 않는다면 CD금리는 앞으로 3~4일 동안 매일 0.01%포인트씩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잔존 만기 3개월인 은행채 금리가 CD 금리보다 0.03% 포인트 높기 때문이다.

◆CD금리 대표성 상실

국내 대형 은행들은 CD를 거의 발행하지 않고 있다. SC제일은행이나 하나은행이 41일물 또는 2개월물 등을 간혹 내놓은 게 전부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대형은행들의 CD 발행잔액은 1조~2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주택담보대출은 여전히 CD금리를 기준으로 해서 이뤄지고 있지만 91일물 CD금리는 시장에서 형성되는 3개월물 금리를 대표하는 기능을 상실했다.

은행들이 CD를 시장에 내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 관계자는 "증권시장에서 탈출한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어 CD를 발행할 이유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CD 발행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CD를 발행할 경우 기존보다 높게 발행해야 하는데 이 경우 가산금리를 내리라는 지탄을 받을까봐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