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이나 투자를 계획 중인 예비 청약자들은 다음 달에도 쉴 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름 휴가철 비수기를 무색케 할 정도로 많은 아파트 분양 물량이 전국에서 쏟아지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모처럼 달아오른 청약열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공급을 줄이지 않고 있다. 서울에선 재개발 물량이 많고,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인천 청라지구에서도 분양이 이어진다. 경기 남부의 광명시와 북부의 남양주 별내지구 등지에선 분양 맞대결이 벌어진다.

◆2만8000여채 쏟아져

27일 부동산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다음 달 전국에서 2만8365채의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달의 1만7726채(예정 물량 포함)보다 1만채 이상 늘어난 물량이다. 작년 8월(1만2167채)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이 중 일반 분양은 6249채다.

서울에서는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재개발 · 재건축 아파트 물량이 대부분이다. 벽산건설은 구로구 고척동 고척3구역 재개발사업장에서 339채 중 147채를 일반인에게 공급한다. 구로구 천왕동으로 이전하는 인근 영등포구치소에는 생태공원이 조성된다. 현대건설은 구로구 온수동 온수역 근처에서 온수연립을 재건축한 '온수힐스테이트' 999채 중 170채를 일반 분양한다. 남광토건은 성북구 보문동에서 '하우스토리' 170채 중 69채를 일반 분양할 계획이다.

경기 남부와 북부 간 분양 경쟁도 관심을 끈다. 광명시 철산3동 철산주공2단지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대우건설과 코오롱건설이 총 1264채 중 237채를 일반 분양한다. 두산건설은 광명시 하안동 하안주공2단지 재건축 사업장에서 1248채를 공급한다.

남양주 별내지구에서는 올해 첫 분양이 시작된다. 쌍용건설(A12-2블록)과 신일건업(A11-2블록)이 각각 652채와 547채의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 청라지구에서는 192채의 '청라 골드클래스'가 분양될 예정이다. 최근 잇따라 3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된 김포한강신도시에서는 성우종합건설(Ac-8블록)이 중대형 아파트 465채를 공급한다.

◆분양 물량 늘어난 이유는

비수기에 때아닌 '분양 풍년'을 맞은 것은 건설사들이 공급 물량을 늘리고 있어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하반기로 미뤄놨던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인천 청라지구를 비롯한 수도권의 높은 청약 열기에 고무된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앞당기고 있는 것도 한 몫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인천 등지의 분양 열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비수기에도 공급 물량을 늘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강남권 집값 상승과 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여름 비수기에도 수요자들이 꾸준히 모델하우스를 찾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통상 건설사들은 성수기인 봄에 분양 물량을 쏟아낸 뒤 비수기인 여름엔 쉬어갔지만 올해는 예년과 상황이 다르다"며 "주택시장이 좋지 않았던 연초에 공급을 미룬 건설사들이 4월 이후 인천 청라지구를 중심으로 청약 열풍이 불면서 7,8월에도 인기지역을 위주로 분양 물량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8월 분양 예정 물량이 실제로 얼마나 공급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