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일반 아파트값을 주시하라.'

최근 주택시장의 화두는 단연 수도권 아파트값이 대세 상승 초입에 진입했느냐,아니면 국지적 상승세일 뿐이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강남 일반 아파트값이 꼽히고 있다. 강남 재건축발 집값 상승세가 강남의 일반 아파트로 옮겨붙을 경우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으로 빠르게 파급되며 대세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강남 일반 아파트값이 하반기 주택 시장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떠올랐다.

◆강남 일반아파트 움직임에 관심

최근 일부 지역의 집값 불안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주도했다. 강남 3구(강남 · 서초 · 송파)와 경기 과천에서 이전 고점을 돌파한 아파트들은 모두 재건축 대상이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강동구의 집값도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해진 여의도의 아파트값이 치솟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호재가 없는 강남 일반 아파트에서는 아직 특이한 움직임이 발견되지 않는다. 작년 말에 비해 1억~1억5000만원씩 오른 목동도 전고점과 비교하면 아직까지 2억~3억원 정도 낮게 시세가 형성돼 있다. '버블세븐' 지역 중에서도 재건축 호재가 없는 평촌 용인 분당의 집값은 오름폭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2001년 하반기와 2005년 상반기에도 먼저 오른 재건축 아파트가 강남권 일반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며 전반적인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강남 일반 아파트값이 상승하면 지금까지의 국지적 상승이 대세 상승으로 바뀌는 신호로 봐야한다고 지적한다. 실수요자들이 본격적으로 매매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매입 대기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이 호전되면 매수세가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며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첫번째 지표가 강남권 일반 아파트의 가격 동향"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과 전셋값이 관건

풍부한 전세 수요가 강남권의 전세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일반 아파트의 매매가도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름 비수기인 데도 이번달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5㎡(공급면적 34평)의 경우 최근 5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되는 등 전셋값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치솟는 전세가격이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전세가격이 떨어지거나 안정될 만한 요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본격 상승한 뒤 늦어도 3~4개월 안에 일반 아파트값이 뒤따라 올랐던 과거와 달리 올 들어서는 일반 아파트값 회복세가 더디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택 매입에 나설 수 있는 수요자가 많지 않다는 방증이라는 주장이다. 정부가 최근 수도권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강화하는 등 집값 안정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실수요보다 가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정부가 집값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어 올 연말까지 일반 아파트값의 안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하반기 주택시장은 대세 상승 대신 호재에 따라 일부 지역이 들썩이는 상반기의 모습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