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사철이 지났는데도 서울과 수도권 전세 가격이 수급 불안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나타난 강남권(서초 · 강남 · 송파구)의 전세 불안이 최근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의 경우 최근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2006년 최고가를 회복했다. 특히 개포 주공 · 잠실 5단지 등 5000가구 이상의 강남권 재건축이 본격화될 경우 대규모 이주 수요가 발생해 전세 시장은 더욱 불안해질 전망이다.

현재 강남의 66㎡(20평형) 전세 가격은 평균 3억원 선으로 2년 전의 최고점을 회복했다. 99㎡(30평형)대 역시 4억원 선으로 올라서면서 2006년의 최고 시세를 되찾았다. 작년 잠실 1,2단지 재건축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역전세난'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떨어졌던 전세 물건은 올 1~3월 이사철에 모두 소진됐다.

현재는 전세 매물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역삼동의 박병진 중개사는 "역삼동 삼성래미안 79㎡(24평형) 1300가구 중 전세로 나온 물건은 5건밖에 없다"며 "수급 불균형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내년에 예정된 강남 3구 신규 입주 물량이 1043채에 불과해 전세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강남구 입주 물량은 지난해 2만8130채였으나 올해는 3853채로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앞으로 강남 전세난은 3~4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며 "매매 가격이 오르면서 전세로 돌아서는 수요와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맞물리면 서울 전세시장 전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강남 전세난은 서울 강북과 수도권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 지역의 신규 입주 물량도 2009년 2만6752채와 2010년 2만4974채로 10년 평균과 비교했을 때 각각 44%와 41%에 불과해서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되면 재건축 이주 수요가 증가해 전세난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