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4곳이 발표되자 지구 안이 아닌 주변 땅과 상가에 투자문의가 집중되고 있다. 또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신도시는 향후 분양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어서 관련 건설사들이 벌써부터 속을 태우고 있다.

12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등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시범지구에 속한 그린벨트 지역에는 투자자나 수요자들 문의가 거의 없고 오히려 '후광효과'를 누릴 인접 지역 땅값을 묻는 문의전화만 이어지고 있다. 시범지구는 그린벨트에 속해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하고 앞으로 시세가 아닌 감정가에 토지가 수용될 예정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하남시 풍산동 K공인 관계자는 "시중에 갈 곳 없는 유동자금이 몰린다면 그린벨트 해제지 인근 부동산 가격이 들썩일 수 있다"며 "12일 오전에만 벌써 20통가량의 전화상담을 해줬다"고 말했다. 서울 세곡동 H공인 대표는 "수용가가 3.3㎡당 250만~300만원인 시세보다 낮을 수밖에 없어 당분간 거래는 힘들 것"이라며 "시범지구 밖의 땅값은 300만원을 넘어가게 생겼다"고 전했다.

나비에셋 곽창석 대표도 "보금자리주택 건설로 주변 환경과 인프라가 개선되면 주변 땅값도 덩달아 상승하는 게 정석"이라며 주변지 투자에 관심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그러나 "토지 · 주택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하남 미사지구를 제외하면 나머지 지구는 규모가 크지 않아 인근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한편 수도권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 분양을 앞두고 있는 건설업체들은 좌불안석이다. 세곡동이나 자곡동,우면동처럼 강남권의 아주 좋은 입지에서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동탄2,오산세교 등은 내년 이후에나 분양되지만 보금자리주택단지의 인기에 가려질 것이란 우울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약 1만가구가 공급되는 김포한강신도시도 유탄을 맞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인천 청라나 광교신도시는 해당 지역에 수요자 기반이 있고 중대형이어서 괜찮겠지만 외부수요가 필요한 김포한강신도시는 애를 먹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