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으로 금융회사들이 '민간투자 공공공사(BTL)'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면서 전국의 민자유치형 학교 건설이 '올스톱' 상태다. 당장 내년 새학기부터 2010년까지 초ㆍ중ㆍ고교 학생 6만5000여명이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할 판이다.

9일 일선 교육청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작년부터 민간투자형으로 학교 건물과 체육관 등 부대시설을 짓고 있는 공립 초ㆍ중ㆍ고교는 275개에 이른다. 이 중 120여곳이 사실상 공사 중단 상태에 있다.

올해 인천ㆍ경기ㆍ부산교육청 등이 추진한 96곳의 신규 학교 사업의 경우 단 한 곳도 공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이로써 2010년 새학기에는 공립학교가 한 곳도 개교하지 못할 전망이다. 작년에 우선사업자가 정해진 174곳 중에서도 30여곳이 공사를 중단했거나 늦추고 있다.

부산의 한 중견 건설업체가 강서구 명지지구 내에서 건설 중인 초ㆍ중ㆍ고교 등 3개 학교는 70%까지 공사를 진행했지만 최근 공사를 사실상 멈췄다. 시공업체 4곳이 210억원의 공사대금을 투자한 금융회사로부터 한푼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는 이달 초부터 내년 초까지 5100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입주민 자녀 수천명이 멀리 떨어진 곳의 학교를 다녀야 한다. 이 같은 민간투자형 학교 사업의 전국적 중단 사태는 금융시장 악화로 은행과 증권회사 등이 학교 건설 사업에 일제히 대출을 포기하면서 벌어졌다.

금융회사들은 "정부에서 보장해주는 학교 사업 수익률이 시중 회사채보다 휠씬 낮은 연 6~7%에 불과해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존 건물의 증ㆍ개축과 체육관 등 부대시설을 짓고 있는 100여곳도 사정이 비슷하다. 경기도 군포시 당정동 당정초교는 내년 1월 체육관을 준공할 예정이었지만 공정률 50%에서 공사를 중단했다. 이 바람에 작년에 이어 또다시 교실에서 졸업식을 하게 됐다.

한편 공사 중단으로 수백여개 지방 중소 건설업체와 하청업체들이 줄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

<용어풀이>

◆'BTL사업'=민간 자본을 유치해 건물을 짓고(Build),완공 이후 건물의 소유권을 정부로 이전(Trasfer)한 뒤 정부가 민간사업자에게 임대료(Lease)를 지불하는 형태의 공공사업 진행 방식.2005년 1월 정부가 학교와 군부대 시설 등의 신축,증ㆍ개축을 위한 재정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