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102㎡형 아파트를 6억원에 팔았던 임모씨는 매수자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잔금을 내년 1월에 달라고 부탁했다.

집을 두 채 가진 임씨는 예정대로 올해 잔금을 받으면 양도소득세가 50%로 중과되지만 내년부터는 1주택자처럼 6~35%(2010년에는 6~33%)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임씨는 잔금을 늦게 받는 조건으로 2000만원 정도 깎아주겠다고 제안했고 집을 사려는 사람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흥정"이라며 선뜻 승낙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양도세 완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잔금 납부를 연기하거나 아예 거래를 늦추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여야가 2009년부터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집을 팔거나 같은 기간 동안 구입한 집을 언제라도 되팔 때 양도세를 완화해 주도록 합의한 데 따른 '절세 흥정'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내년과 내후년에는 2주택자에게 양도세를 정상세율로 과세하고 3주택 이상은 60%에서 45%로 인하된다. 2주택자가 1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면 올해는 4875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했지만 한 달 뒤에는 1999만원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3주택자는 5850만원에서 4388만원으로 내린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 A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인 집주인이 잔금을 올해 받기로 했을 경우 전부가 내년으로 미뤘다고 보면 된다"며 "매수자도 가격을 일부 조정해 주면 대부분 허용한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계약금을 지불한 뒤 잔금을 낼 때까지 두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10월 이후 거래된 집 가운데 상당수가 매매 완료 시점을 늦추는 것으로 추정했다.

매수자도 잔금 납부를 미룬다. 서울 서대문구 불광동에 아파트를 보유한 박 모씨는 분당신도시에서 104㎡형 아파트를 5억원에 소개받아 계약을 맺고 조만간 잔금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집주인에게 내년에 주겠다고 통보했다. 잔금을 새해에 내면 언제 팔든지 양도세를 1주택자처럼 내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

잠실 주공1,2단지와 잠실시영 등 완공된 새 아파트 입주자도 잔금 납부 연기에 동참하고 있다. 잔금을 치러야 주택을 취득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입주자 김 모씨는 양도세 감면 이야기를 듣고 연체이자를 내더라도 잔금은 내년에 치르기로 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