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서킷(경주용 환상도로)은 독일의 뉘르부르크링이다. 총 길이가 20㎞에 달하는 이 서킷에는 연속 S자,고속 내리막길,헤어핀(U자 모양으로 급하게 구부러진 커브),복합코너,초고속 직선주로 등 다양한 코스들이 존재한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신차 주행 시험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랩타임(트랙을 한 바퀴 돌 때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차량 성능을 가늠하기도 한다.

일반 양산차의 경우 12분대,슈퍼카는 7~8분대를 기록하는 게 보통이다. 최근엔 포르쉐와 닛산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닛산의 새로운 슈퍼 스포츠카인 GT-R 모델이 7분29초03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7분30초대 중후반대를 보인 포르쉐 911 터보의 기록을 가볍게 깬 것이다.

GT-R는 1957년 프린스 스카이라인이란 이름으로 데뷔했다. 이후 발군의 성능을 발휘하며 일본 슈퍼카의 자존심으로 불렸다. 일본을 대표하는 슈퍼 스포츠카로 자리잡은 셈이다. 일본 샐러리맨들의 드림카로 손꼽혔던 GT-R는 2002년 아쉬움 속에 R34 모델을 마지막으로 단종됐다. 하지만 완전히 업그레이드된 GT-R를 선보이기 위한 닛산의 전략이었다는 게 뒤늦게 드러났다.

'궁극의 성능을 언제,어디서나,누구라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슈퍼카'를 목표로 제작된 GT-R는 출시 전부터 개발 비화가 떠돌았다. '너무 빠른 코너링 속도로 타이어가 휠을 이탈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휠의 사이드월을 일반 크기보다 높게 설정했다''운전대 방향으로 전조등이 조작되는 적응형 전조등이 GT-R의 빠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선택사양에서 제외됐다''고속 코너링을 위해 타이어에 일반 공기 대신 다른 가스를 넣었다' 등의 소문이 마니아들 사이에서 퍼져 나갔다.

작년 10월 도쿄모터쇼에서 5년 만에 부활한 GT-R 35버전은 3800㏄ 트윈터보란 새 심장과 새로운 디자인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최고출력 480마력,최대토크 60㎏ㆍm의 엄청난 성능 덕분에 3.8초면 시속 100㎞에 도달하고,최고 속도는 시속 315㎞에 달했다.

공기저항을 최대한 적게 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는 GT-R의 공기 저항계수는 0.27에 불과했다. 전 세계에 출시된 양산차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개발 초기 단계에선 GT-R의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이 포르쉐 911 터보보다 6초 이상 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혼신의 힘을 기울인 끝에 올 4월 드디어 포르쉐 기록을 깼다고 선언한 것이다. 포르쉐는 GT-R를 직접 구입,시험 주행한 끝에 기록에 의문을 던졌다. 타이어와 서스펜션에서 양산차 그대로가 아닌 세팅한 흔적이 보였다는 주장이다.

개발 초기부터 포르쉐 911 터보를 공공연한 경쟁 상대로 지목한 GT-R.내년에는 한국에도 선보일 전망이다.

최욱 수입차포털 겟차 대표 choiwook@getch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