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 데이와 빼빼로 아파트.제과업계가 과자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빼빼로 데이(11월11일)를 앞두고 치솟기만 하는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가 빼빼로 아파트로 연상된다. 정부는 최근 서울 중·저층 재건축추진 아파트의 용적률을 50%포인트 안팎 높여주겠다고 발표했다. 도심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푼다고 설명한다. 속내는 추락할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삽질경제'의 다급함이 깔려 있다.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도시디자인을 강조해오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권의 책략에 밀려버렸다. 서울시는 동조라듯 하듯 지역민원을 해소한답시고 5층 이상 건축물 높이를 제한했던 서초구 우면산 아래 남부순환로,남산자락인 용산구 반포로 등 미관지구 규제까지 완화했다. 부동산투기 바람이 잠잠해져 정책 부작용 리스크가 줄었다지만 도시계획정책은 주택·빌딩의 공급확대 정책에 묻혀버렸다.

한강 유람선을 타거나 한강 시민공원을 걷다보면 일산 김포부터 암사동 광장동,하남시까지 한강을 따라 병풍처럼 겹겹이 쳐진 아파트에 삭막함이 느껴진다. 남산과 한강의 배산임수(背山臨水) 명당입지를 아파트 벽이 가로막은 형세다.

올해 잠실과 반포에 용적률 270∼280%의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한강변은 아파트 키 키우기 경쟁을 예고했다. 국회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바꿀 경우 내년부터 용적률 300%의 30∼40층짜리 빼빼로 아파트가 기존 성냥갑 아파트를 대체할 것이다.

빼빼로 아파트의 효시는 2000년 서울 삼성동에 들어선 49층 아이파크.여의도 63빌딩이나 도곡동 타워팰리스(최고 69층)는 상업지역이다. 반면 주거·상업지역을 통합개발한 아이파크는 대지면적 3만3000㎡(1만평)에 용적률 298%,건폐율 9%를 적용받았다. 조망,학군,강남핵심접근 등 황금요소를 갖춰 분양가 10억5000만원짜리의 시세가 40억원을 넘기면서 빼빼로 아파트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

소형·임대주택 의무건립 같은 까다로운 규제로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1980년대 아파트 대량 생산 초기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정부발표 이후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강북 재개발지역에선 '강남 재건축엔 특혜를 주면서 왜 우리는 찬밥이냐"며 용적률을 높여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 용적률은 역대 정권마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였다. 노태우 정부는 1990년대 초 주택보급 200만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용적률을 높여줘 20∼30층짜리 성냥갑 아파트를 양산했다. 이후 서울시가 조례를 통해 용적률을 낮췄지만 지금은 서울시도 경기부양이란 명분 앞에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집의 절반이 아파트인 나라.좁은 국토에 인구밀집형 주택이 불가피하더라도 획일성은 지양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체제 개편과 관련,획일성 대신 수월성을 강조한다. 사람키우기가 100년 대계라면 도시키우기는 50년 대계쯤 된다. 무색무취의 성냥갑 아파트나 빼빼로 아파트가 아닌,어린이들이 서울을 화폭에 담으며 창의력을 배우는 도시미관형 아파트를 보고 싶다.

정구학 건설부동산부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