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3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통해 거래(전매)를 대폭 허용한 분양권 시장이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분양권 시세를 묻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부동산 중개업소에 잇따르고,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분양권 매물이 돌아다니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지역의 일부 중개업자들도 아파트 해약을 원하는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분양권을 싼 값에 넘기라며 흥정하는 사례가 포착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 K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공급된 아파트 분양권이 벌써 시장에 나왔다"며 "분양가보다 싸게 나온 매물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 오남읍에서는 내년 3월 입주를 앞둔 한 아파트에서 하루만에 20~30개의 분양권 매물이 쏟아졌다.

분양권을 합법적으로 거래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관보를 통해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고시해야 하지만 이미 시장에는 분양권이 풀리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오는 7일 해제지역을 관보에 게재할 예정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 당장 7일부터라도 분양권을 거래할 수 있는 아파트는 518개 단지에 14만8661가구(일반분양 물량 기준)로 집계됐다. 이들 물량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아파트들이어서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리면 계약 즉시 거래할 수 있다. 아파트 청약 때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서울 미아·길음·가재울 뉴타운 등 서울시내 재개발 아파트와 송도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상당수 아파트들도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진다.

특히 경기도 고양 덕이·식사지구,용인 신봉·성복지구 등 대단지 아파트 가운데 미분양이 많고 주변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곳에서 분양권을 빨리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용인 신봉동 A공인 관계자는 "인근 대단지 아파트 입주예정자 중에 계약금을 날리더라도 해약하겠다는 사람이 그동안 많았다"며 "위약금으로 최소 5000만원을 떼일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분양권 값을 분양가보다 2000만~3000만원 정도 내려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 수지구 동천동 B공인 관계자도 "인근 아파트의 경우 해약하려면 위약금으로 1억원을 날릴 처지였지만 분양권을 처분할 수 있는 길이 열리자 안도하는 사람이 많다"며 "분양권 값이 분양가보다 수천만원 정도 싸게 나올 가능성도 크다"고 귀띔했다.

미분양을 보유하고 있는 건설업체들은 해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줄어 다행이라면서도 분양권 값이 분양가보다 싸게 팔리면 미분양 해소가 되레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표정이다.

서울시내 뉴타운을 중심으로 청약 경쟁률이 높았던 아파트 단지의 중개업소에는 분양권 시세를 묻는 전화도 간간이 걸려온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 C공인 관계자는 "길음뉴타운 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이 얼마쯤에 팔 수 있겠느냐며 문의해 오지만 분양권을 사겠다는 사람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은평뉴타운의 경우 전매제한 부담으로 계약을 포기하려고 했던 사람이 분양권 전매 허용을 계기로 계약을 결심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부동산114 스피드뱅크 등 부동산정보업체들도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매물정보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현재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분양권 매물을 올리려고 해도 매물 등록 자체가 되지 않도록 해놨다.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 시장이 다시 열리는 만큼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