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사상 최고

고물가와 자산가격 급락으로 가계의 살림살이가 한층 팍팍해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마저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많은 가정이 이자 부담을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예.적금을 깨 빚부터 갚는 등 `자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은행에 맡겨 놓은 예.적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신용대출 등을 통해 급전을 마련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계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최후의 선택으로 법원을 찾아가 파산신청을 하고 있다.

◇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사상 최고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번 주 3년 고정금리형 주택대출 금리를 지난 주보다 0.23%포인트 높은 연 7.68~9.18%로 고시했다.

이는 역대 국민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가운데 최고치다.

국민은행에서 이번 주 고정금리로 1억원을 대출받는다면 이자만 연간 918만원으로 두 달 전 대출 받을 때보다 145만원 늘어나게 된다.

기업은행도 지난 주보다 0.20%포인트 높은 연 7.41~8.87%로 고시해 최고 금리가 역대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역시 연 7.94~9.34%로 지난 주보다 0.21%포인트 오르면서 최고 금리가 9.3%를 넘어섰다.

우리은행은 연 8.00~9.10%로 전주에 비해 0.24%포인트 올랐다.

은행권 주택대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변동 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도 최근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22일 변동금리형 주택대출 금리를 지난 주초보다 연 0.20%포인트 높은 연 7.34~8.29%로 인상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이번 주에 연 6.25~7.75%로 고시해 전주보다 0.15%포인트 올랐다.

국민은행도 지난 주보다 0.11%포인트 높은 6.31~7.81%로 고시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연 6.45~7.75%와 연 6.55~7.95%로 각각 0.11%포인트 인상했다.

◇ 빚부터 갚자..예.적금.보험 중도 해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보험이나 예.적금을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박모(39) 씨는 최근 보험 2개를 해약했다.

주택담보대출 1억5천만원을 연 6.7%의 금리로 받았으나 최근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일부 상환하기 위한 것이다.

20년 만기 교통상해보험에 월 4만7천300원의 보험료를 12년째 내고 있는 박 씨는 만기 환급금보다 앞으로 발생할 주택담보대출 이자 비용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자 눈물을 머금고 해지했다.

박 씨는 "대출 이자는 자꾸 오르는데 매달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보험금이 부담스러워 보험을 정리하고 빚을 일부 갚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40) 씨도 얼마 전 1천만원짜리 정기예금을 해지했다.

주택담보대출(1억원)의 이자 부담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자산 가격은 떨어지는데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돼 대출부터 갚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예.적금 중도 해약 건수가 올해 상반기 54만9천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천건 가량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해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는 펀드에 가입하려고 예.적금을 깨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대출을 갚기 위해 중도 해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 급전 마련 대출도 늘어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은행에 넣은 예.적금을 담보로 하는 대출을 받거나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국민은행의 예.적금 담보대출 잔액은 6월 말 현재 2조7천311억원으로 전달보다 460억원 늘었다.

5월 증가액 29억원에 비하면 6배 가량 급증한 것이다.

신한은행의 예.적금 담보대출 잔액도 지난 3월 말 8천221억원에서 4월 말 8천25억원으로 줄었으나 5월 말 8천103억원, 6월 말 8천293억원, 7월 16일 현재 8천341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 증가액은 4월 1조원에서 5월 1조2천억원, 6월 1조8천억원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한은은 유가를 비롯한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카드 결제 금액이 늘어나자 이를 결제하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 대출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 개인파산 신청도 잇따라
개인의 최후의 선택인 개인파산 신청도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올해 상반기 6만847건으로 집계됐다.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2004년 1만2천317건에서 2005년 3만8천773건, 2006년 12만3천691건으로 급증했으며 2007년에는 15만4천39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증가세가 주춤하지만 2005년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개인채무자 회생 신청 건수는 올해 상반기 2만2천910건으로 작년 연간 5만1천416건의 절반 수준에 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이용운 판사는 "지난 3월부터 개인파산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개인회생 신청 요건이 가능할 경우 개인회생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며 "2003년 카드사태로 신용 불량자가 된 사람들이 파산 신청을 많이 하면서 최근 몇 년간 신청 건수가 급증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그러나 "과거에 비하면 올해 파산 건수 역시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최현석 기자 fusionjc@yna.co.kr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