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이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일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 곳이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재벌총수들의 단골 봉사활동 시설로 떠올랐다.

비자금을 조성해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300시간의 형이 확정된 정 회장은 이날 꽃동네 신생아 수용시설인 `천사의 집'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 봉사활동에 나섰다.

정 회장은 하루 전인 19일에도 낮 12시에 꽃동네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위한 사전 교육을 받은 뒤 5시간 가량 봉사활동을 했으며 24일에도 이 곳에서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보복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해 12월 20일부터 4일간 꽃동네에서 45시간의 봉사활동을 벌였다.

왜 꽃동네가 재벌총수들의 봉사활동 장소로 애용되는 걸까?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명령을 받게 되면 법무부 산하 관할 보호관찰소가 지정한 장소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따라서 재벌총수들이 임의로 꽃동네를 봉사활동 장소로 정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음성 꽃동네는 재벌총수들 뿐 아니라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청소년들의 봉사활동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보호관찰소가 이 곳을 재벌총수들의 사회봉사 활동 장소로 택하는 이유는 4천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국내 최대 사회복지시설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수용자들이 많아 늘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간 20여만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오면서 봉사활동에 나서는 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짜임새가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수용자 지원 시스템이 훨씬 열악한 사회복지시설이 허다한데도 굳이 재벌총수들까지 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립 32년을 맞고 있는 꽃동네는 수도자와 상주 봉사자가 800명에 이르고 연간 2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 올 만큼 수용자 지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울에서 멀리 위치해 있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재벌총수들의 봉사활동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데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

정 회장의 이날 봉사활동이 비공개로 진행됐고 김 한화회장의 봉사활동도 일부만 공개됐었다.

이 때문에 과연 재벌총수들이 진정성을 갖고 성실하게 봉사활동을 했는지 알길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봉사활동을 언론에 공개하려 했지만 오히려 꽃동네측에서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꽃동네측도 "신생아를 비롯한 수용자들의 초상권 침해 등을 고려해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며 "김 회장 때도 그랬고 오늘도 보호관찰소에서 2명의 전담 직원을 배치해 봉사활동을 제대로 하는지를 꼼꼼히 체크한 만큼 봉사활동의 진정성을 의심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꽃동네측은 또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200-300시간 가운데 꽃동네에서 봉사하는 시간은 많아야 40-50시간"이라며 "재벌총수들이 꽃동네에서만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음성연합뉴스) 박종국 기자 p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