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은행들이 국내 은행에 빌려준 달러를 계속해서 회수하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은 지난 3월 말 중국계 은행들이 분기 결산을 앞두고 자금을 회수할 당시의 최악 상황은 벗어났지만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이 때문에 18일 은행 외화팀장들과 만나 시장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들이 중국계 은행들에서 빌린 외화 규모가 3월 말 현재 32억6000만달러로 작년 말의 41억5000만달러에 비해 8억9000만달러(21.4%) 감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중국계 은행이 올 들어 석 달 새 국내 은행들로부터 8억9000만달러를 회수한 셈이다.

▶본지 3월24일자 1,3면

'국내 은행에 달러가 없다' 참조

이는 중국 외환관리국이 중국계 은행의 단기 외채 한도를 3월 말까지 2006년 한도의 30% 수준으로 축소하도록 지도하면서 생겨난 일이다.

중국계 은행으로선 한도가 줄어든 만큼 한국계 은행을 포함한 아시아권 은행에 빌려준 달러를 회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절상돼 중국 내 기업의 외화 차입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도 중국계 은행의 해외 대출 여력을 줄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월 말은 중국계 은행들의 분기 결산에다 일본계 은행들의 연말 결산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서울 외환시장에 '달러 유동성 위기설'마저 나돌기도 했다.

이달 들어선 3월 말과 같은 긴박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연말 결산을 넘긴 일본계 은행들이 소규모이긴 하지만 국내 은행에 달러를 공급해 주고 있어서다.

일부 은행들은 일본 자금시장에서 사무라이본드 등을 통해 달러를 들여오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계 은행들의 자금 회수는 여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은행의 자금담당 임원은 "중국계 은행들이 1개월 물 이상 대출해주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대출을 해줄 경우에도 상당한 가산금리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상당수 은행들은 중국계 은행으로부터 1주일 및 하루 단위로 달러를 끌어오거나 롤오버(만기연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금감원 관계자는 "중국계 은행이 국내 은행에 빌려준 자금을 추가로 회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체 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의 3월 말 현재 총 외화 채무는 1146억5000만달러이며 이 중 중국계 은행에서 빌린 외화는 2.8% 수준이다.

박준동/김현석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