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서비스시장 개방정책 비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44)가 한국이 서비스시장을 급격히 개방할 경우 엄청난 실업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허브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 경제'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의 저서를 통해 신자유주의를 맹비난해온 세계 경제학계의 대표적 비주류학자다.

그는 1일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 신영기금회관에서 열린 제1회 관훈포럼에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백화점에 가면 상냥하게 웃으며 주차권 발매기에서 주차권을 뽑아주는 여종업원을 볼 수 있다"면서 "주차권 발매기는 종업원을 없애기 위해 만든 건데,종업원과 기계가 같이 있는 것은 분명한 인력과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이나 미국 서비스회사 사장 눈으로 보면 우리나라 서비스업 종사자의 절반은 자를 수 있을 정도로 과잉고용이 존재한다"며 "아울러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치킨집이나 호프집 종업원,2~3명이 일하는 구두방 종업원 등도 역시 선진국 기준으로는 과잉고용의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시장을 급격히 개방한다면 엄청난 실업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서비스의 질보다 인건비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는 외국계 서비스업체가 들어오면 우리나라 업체도 하향표준화를 해야 할 테고,치킨ㆍ호프집들도 도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금융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에 특화하고 제조업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장기간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나라들로 서구와 역사적 유대가 있고 몇백년 동안 서구인들이 살아온 커뮤니티가 있어 금융허브가 된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역사를 바꾸지 않고서는 금융허브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금융규제를 모두 풀어버리면 경제 수준에 걸맞지 않은 금융자본이 들어오고,원화 평가절상 압력이 생겨 제조업 수출에 치명타를 안겨 제조업이 망한다"며 "금융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제조업을 죽여 금융을 발전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