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건설 및 환경공학과 박사과정 학생들은 내년부터 졸업할 때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가 설립한 세계 랭킹 10위권의 이공계 대학인 카네기멜론대의 박사학위도 동시에 받을 수 있게 된다.

KAIST는 서남표 총장이 5일 제러드 코혼 카네기멜론대 총장과 만나 두 대학에서 동시에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복수학위제(듀얼 디그리) 시행을 골자로 한 협력협정(MOU)을 체결한다고 4일 밝혔다.

이 협정에는 △교수들과 학부 및 대학원 과정 학생 상호 교환 △공동 연구 프로젝트 시행도 포함될 예정이다.

복수학위제 시행에 따라 두 대학은 매년 5명의 학생을 선발해 이들을 4년간의 박사학위 프로그램 과정 중 2년씩 상대 대학에서 배우도록 할 계획이다.

양 대학의 이수 요건을 충족한 학생은 KAIST와 카네기멜론대학에서 별도의 학위를 수여받게 된다.

두 대학은 내년에 건설 및 환경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먼저 복수학위제를 실시한 뒤 성과를 봐가며 점차 다른 전공의 박사과정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모든 학과의 학부 학생까지 복수학위제를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번 협약에는 카네기멜론대에서 교수를 지내다 최근 KAIST에 부임한 손훈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혼 총장은 "우리 대학은 KAIST와 공동 연구를 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카네기멜론이 추구하는 글로벌 대학과 KAIST의 글로벌 대학 목표가 잘 부합된다"고 밝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카네기멜론 대학은 1900년 설립됐으며 카네기 공과대학을 거쳐 1967년 멜론연구소와 합쳐지면서 이름을 바꾼 세계적인 연구 중심대학이다.

컴퓨터과학과 로봇공학,건설공학,비즈니스,공공정책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와 카타르에 분교가 있으며 일본 도쿄공대 등과도 복수 학위제를 시행하고 있다.

KAIST는 지난 3월 독일 베를린공대와 협약을 체결했고 중국 칭화대와는 우선 몇몇 첨단 분야를 대상으로 복수학위를 실시키로 합의했다.

또 일본 도쿄공대,미국 조지아공대(GIT),샌타바버라대(UCSB)와도 복수 학위제를 공동 실시할 예정이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