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간 수입차는 판매량이 5배 가까이 늘었는데 현대차는 오히려 17.7% 줄었다.'

환율 하락과 경쟁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해외 시장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현대차가 안방인 국내 시장에서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현대차의 내수판매 감소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지만 일부에서는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는 노조의 무분별한 강성 파업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수입차에 밀리는 현대차

30일 업계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내수 시장에서 승용차와 상용차를 합친 수입차 판매량은 1만174대에서 4만9276대로 384.33%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의 판매량은 70만6651대에서 58만1092대로 17.7% 줄어들었다.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2002년 164만대를 정점으로 급감한 뒤 2004년 이후 다시 증가세로 반전됐다.

그러나 현대차는 최근 내수시장의 판매 증가분을 대부분 수입차에 내 주고 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전체 자동차 내수 판매가 112만2346대에서 121만3530대로 8.1% 증가하는 사이 수입차 판매는 71.7%나 늘어났지만 현대차 판매는 5.6%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도 2004년 49.0%를 기록한 뒤 2005년 48.4%,2006년 47.9%로 하락했다.

반면 수입차 점유율은 2001년엔 0.7%에 불과했지만 이후 지속 상승,지난해에는 4.1%로 높아졌다.

특히 수입 승용차 업체들은 배기량과 가격대에서 현대차의 주력 모델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차량을 집중적으로 시판,현대차 고객층을 잠식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수입 승용차 판매량 중 2000만~3000만원대 차량의 비율은 26.1%로 지난해 21.6%보다 4.5%포인트 늘어났다.

여기에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에 따른 소비자들의 구매 기피 심리도 확산되고 있어 현대차는 더욱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월 현대차 노조가 성과급 추가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일 당시 일부 시민들은 현대차 불매운동까지 벌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임단협 시즌이 되면 일선 영업점에서 '현대차 노조가 싫어서라도 수입차를 사야겠다'고 말하는 고객들이 많아진다"고 전했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매년 반복되는 파업이 현대차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비도 모자라는데

상황이 이런데도 노조의 요구는 현대차의 미래 성장 동력마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당기순이익의 30%를 종업원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5260억원은 올해 계획하고 있는 연구개발(R&D) 투자액(1조7530억원)을 충당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카 개발 등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순이익의 전부를 R&D에 쏟아부어도 모자라는 판인데 노조는 아직도 눈앞의 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도요타는 올해 현대차의 4배가 넘는 8900억엔(약 7조2000억원)을 R&D에 투자한다"며 "노조의 요구대로 회사의 이익을 다 나눠주고 나면 현대차의 미래는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