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지 않은 돈을 지원하면서 매달 사업계획서니,실적보고서니 수도 없이 제출하라고 합니다.

결혼이민자를 돕는 일보다 잡무 처리가 더 힘들어요.

또 담당 공무원들은 왜 그렇게 자주 바뀌는지…."

충남 지역의 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애로 사항을 묻자 대뜸 이렇게 푸념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상근자 한 명의 인건비를 포함해 센터당 4300만원(국비 80%,지자체 20%)씩 일률적으로 지원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며 "제대로 일을 하려면 해당 지역의 결혼이민자가 얼마나 되는지,지난해 운영 성과는 어떤지 등을 고려해 예산을 집행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여성가족부가 주도하고 있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가 이 같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다른 지원 대책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담당하는 결혼이민자 자녀의 학교생활 지원은 '다문화교육 추진 체계 구축''교사 역량 강화' 등 슬로건만 무성할 뿐 중앙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태국어 등 8개 외국어로 된 학교생활 안내서 배포 등을 제외하면 여전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시·도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서 산별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교육당국은 국제결혼 가정의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가정을 떠나 학교로 들어가는데도 그 규모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에 대한 전망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

신학기에 일선 학교를 통해 조사하는 수치가 정부가 파악하는 현황의 전부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미 문제가 된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초·중·고교에선 이들을 맞을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며 "하지만 모든 책임이 일선 학교에 떠넘겨져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작년 4월 대통령 주재로 12개 부처가 참가한 가운데 국정과제회의를 열어 결혼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 지원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처럼 제대로 추진되는 정책이 드물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서명선 전 한국여성개발원장은 "지원책의 상당수는 전시 행정과 중복 투자의 전형으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