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폭탄의 폭심(爆心)인 서울 강남에 사는 사람들의 반응은 세 갈래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강건너 불보듯 하는 이들로 진짜 부자들이다. 이들은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지고 있거나 상가 등 보유 부동산이 다양하기 때문에 임대료를 올리거나 비 강남권의 부동산을 처분해서 버틸 수 있다.

"군사정부(노태우 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경험(택지소유상한제,토지초과이득세,개발이익환수제;군사독재의 유물로 치부되어 위헌 판결 등으로 없어지거나 유명무실해졌음)을 했기 때문에 몇 년만 버티자"며 태연해 한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한다.

둘째는 주로 봉급 생활자들로 집 한 채 갖고 강남에 오래 사는 바람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대상이 된 중산층. 이들은 적금을 깨서라도 세금을 내고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버텨본다는 심산이다.

셋째는 집값은 많이 올랐지만 소득 수준이 낮은 토박이 서민층들로 보유세 폭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난민은 주로 이 계층에서 나온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세금이 무서우면 강남을 떠나라'는 권오규 재경부 장관의 친절한 가이드대로 팔고 떠나야 할 판이다.

말죽거리(양재역 일대의 옛 지명) 시절부터 살아온 토착 영세 자영업자들,젊은 날 운 좋게 강남에 자리잡은 덕분에 자산은 어지간하지만 실소득이 형편없는 은퇴 노인들이나 조기 명퇴족들,연봉이 대기업의 절반 수준인 중소기업 직원들이 그들이다. 중개업소들은 주로 이들이 급매 상담을 해온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강남에서 서민층은 철저히 퇴출되고,중산층은 남아 있더라도 세금 부담으로 씀씀이에 쪼들려 기를 못 펼 것이다. 세금 전가로 임대료가 뛰면서 영세 자영업은 발붙일 곳이 없어지고 전셋집도 신세대 고소득 전문직 등이 주고객으로 물갈이될 것이다. 이는 부자들이 내심 바랐던 바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서울시가 강남에 임대주택 등을 추진하려고 하면 주로 이들이 반대해 왔다. 동네 물을 흐린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 앞으로 보유세 덕분에 상당수 강남 아파트값이 비 강남권 수준으로 떨어지는 부동산시장의 평준화 단초라도 마련될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수도권과 지방 부자들을 중심으로 강남 진입 대기층이 워낙 두텁게 형성되어 있는 데다 다주택 소유자들도 비 강남권 아파트를 처분하면서 시간 벌기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선주자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동산 세제를 손질하겠다고 밝히지 않은 이가 드물다. '종부세와 같은 정책적 조세는 장기적으로 완화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몇 년 후 그렇게 되면 재경부 장관의 가이드대로 강남집을 판 서민들만 봉이 되고 부자들은 "동네 수준이 '업그레이드'되었다"면서 속으로 참여정부에 감사하는 코미디가 연출될 것이다. 서울 같은 거대 도시에 부자동네가 조성되는 것은 당연하고 나쁠 것도 없다.

하지만 성북동처럼 도심에서 떨어져 일반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동네도 아닌 업무 쇼핑 문화 교육 등 수도 서울의 핵심 도시 기능들이 '일극 집중'된 강남의 주거공간까지 부자들이 완전 독점하게 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대단히 위험하다. 강남 같은 복합도심의 주거지역에는 청소 심부름 같은 도시 서비스 종사자들을 위한 서민 주거공간과 봉급 생활자들을 위한 중산층 주거공간이 함께 어우러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보유세 폭탄으로 '넘치게 가진 사람들'만 사는 '철옹성'이 쌓아질 경우 이미 심각한 '강남 대 비강남' 이질감과 계층 간 갈등이 임계점으로 치닫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는 보유세의 집값 안정 효과에 대견스러워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부동산 문제뿐만 아니라 양극화로 인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계층 간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강남 대체도시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

이동우 부국장 lee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