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앤 퓨리어스'는 젊은이들의 튜닝카 취미와 거리 레이싱의 세계를 밀도있게 그린 자동차액션 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패스트 앤 퓨리어스:도쿄 드리프트'(감독 저스틴 린)는 무대를 미국에서 일본으로 옮겨 레이싱 기술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드리프트 경주를 다뤘다.

드리프트란 시속 160km 이상 주행에서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으며 타이어 고무가 탈 정도로 미끄러지듯이 커브를 도는 레이싱 기술이다.

일본처럼 인구가 많고 건물이 밀집한 곳에서 필요한 기술이다.

이 영화에서는 고층 주차장 건물과 좁고 깊은 협곡 등에서 펼쳐지는 '드리프트 레이싱' 장면이 압권이다.

건물벽에 부딪치지 않고,낭떠러지를 피하면서 상대 차를 코너워크 기술로 추월하는 장면은 다른 레이싱 영화에서 보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도심 질주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린 '블리트'(1968)와 고속도로 역주행신을 담은 '매트릭스2 리로리드'(2003) 등에 이어 자동차 경주신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드리프트는 디즈니의 신작 애니메이션 '카'에도 등장해 할리우드 자동차 경주영화의 신조류로 떠올랐다.

작품 속 드리프트 경주신은 일본이란 지역과 문화적 특성에 맞게 자연스럽게 표현돼 있다.

말썽쟁이 미국 고교생 션(루카스 블랙)은 자동차경주 중 건축물을 붕괴시켜 추방령을 받고 일본에 사는 미군 아버지 집으로 피신온 뒤 일본 자동차 마니아들의 세계에 빠져든다. '코딱지'만한 방과 교복을 입은 션의 모습은 공간의 제약성을 극복하는 드리프트 경주와 잘 어울린다.

아웃사이더인 션에게 자동차 경주는 단순한 취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경주는 고달픈 현실을 잊기 위한 해방구이자 삶의 목표다.

션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랑과 경주가 동격으로 처리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심지어 애인을 걸고 내기를 한다.

도입부 션의 경주신에서 상대편의 여자친구를 내기에 건 장면은 후반부에서 경쟁자인 '드리프트킹'의 여자친구 닐리(나탈리 켈리)가 션의 여자친구가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20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