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KAIST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연구중심대학이란 당초 설립 목표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원 중심의 이공계 대학에서 벗어나 비이공계를 망라하는 미국 MIT를 모델로 한 학부중심대학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플린 총장은 9일 대덕 KAIST 총장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최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KAIST 개혁'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내부 조정과정과 관련부처 등과의 협의과정에서 논란을 빚은 '러플린식 개혁'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내비친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교수가 KAIST의 경우 특수한 상황이라고 얘기들 하지만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한국의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수밖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며 "대학이 사립화하지 않으면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교육과 연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과학계 초미의 관심분야인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투자 부진,커리큘럼 미비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우수 교수의 연봉을 현재보다 3∼4배 더 지급하기 위해서도 대학의 재정적 안정은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러플린 총장은 "대학이 벤처 창업의 발상지이자 본거지가 돼야 한다"며 "교수가 학생들과 손잡고 연구과제를 벤처기업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학이 직접 벤처캐피털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에도 관심을 갖겠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해외교수 유치 주장과 관련,그는 "한국에도 뛰어난 과학자나 연구원이 수없이 많다"며 "한국인 교수를 적극 활용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플린 총장은 앞으로 교수들과 두 차례 협의를 더 거친 뒤 오는 24일 열리는 KAIST 이사회에 이 같은 내용들을 담은 개혁안을 정식 상정할 예정이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