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7년 잠적했던 추상화 거장, 마지막 붓질은 삶의 예찬…애그니스 마틴
1967년 어느 날 미국 추상표현주의 거장 애그니스 마틴이 실종됐다. 전기도 수도도 없는 황무지에서 스스로 은둔 생활을 보낸 것. 7년이 지나서야 지인에게 보낸 편지로 그동안 잠적한 이유가 드러났다. “매일 같이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뉴욕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마틴은 동양의 선(禪)과 노장사상의 영향을 받은 추상화로 널리 알려진 작가다. 쿠사마 야요이, 루이스 부르주아 등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여성 작가’로도 꼽힌다.

마틴의 이야기는 1912년 캐나다 시골에서 출발한다. 엄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철저히 혼자였다. 덜어냄의 미학을 장착한 건 1955년부터였다. 초기 대표작 ‘나무’(1964)에 이르러 모든 걸 약분한 듯한 격자무늬 패턴만 남았다.

50대에 돌연 자취를 감춘 건 어린 시절 외로움의 후유증 때문이었다. 그는 편집성 조현병을 앓았다. 유일한 멘토인 화가 에드 라인하르트마저 세상을 떠났다. 1967년부터 1974년까지 대부분 시간은 붓을 놓고 명상하며 보냈다.

이후 한층 완숙한 작품 세계로 미술 무대에 복귀했다. 마지막 10년간 노랑과 연분홍 등 파스텔톤으로 삶에 대한 기쁨과 예찬을 노래했다.

마틴의 국내 첫 개인전이 지난 4일 강원 강릉 솔올미술관에서 열렸다. 전시는 8월 25일까지.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