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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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를 일컫어 청년·신혼부부들의 '주거 사다리'라고 합니다.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다가구 등 비아파트 전세는 자금이 적은 이들의 '주거 사다리'입니다. 하지만 전세 사기 이후 비아파트 신규 전세 거래는 급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전국 비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가 70.7%까지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지방은 77.5%까지 치솟았습니다. 서울보다는 월세가 저렴하니 사기 우려가 있는 전세를 피해 월세로 수요가 몰린 결과입니다. 월세 부담이 큰 서울도 비중이 69.7%까지 올라왔습니다.

수요자가 외면하니 공급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세를 끼고 갭투자로 빌라 등 비아파트를 사는 임대사업자가 급감하면서 건설회사가 짓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 여파로 지난해 주택 인허가에서 아파트 비중이 88%나 됐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한 곳도 없는 지자체가 절반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결국 빌라 등 비아파트 전세가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던 시대가 끝난 셈입니다.

도시계획상에는 빌라나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생활형 숙박시설 등을 공급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모아 타운 등 소규모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용적률을 완화해 빌라나 다세대 주택을 아파트로 공급하도록 만들고 있지만, 이것도 특정 지역에만 가능합니다.
 다가구주택 전세 사기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가구주택 전세 사기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년이나 신혼부부 머릿속에는 빌라 등 비아파트 전세는 위험한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앞으로 쉽게 잊히지도 않을 것입니다. 수요가 없는 주택을 도시계획으로 강제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여전히 전세를 살고자 하는 수요는 소형 아파트로 옮겨가는 상황입니다. 전세 사기 우려가 있는 저가형 비아파트 주택 공급은 지금부터라도 소형아파트로 바꾸거나 임대형 기숙사와 같이 저렴하면서도 첨단 시설을 갖춘 공유주거로 바꿔야 합니다.

오피스텔도 주거용으로 개발하려면 용도지역을 바꿔서라도 소형 아파트로 공급하고, 대신 공공임대 등 기부채납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은 주거용인지 업무용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1가구 2주택에 포함되는 경우와 안 되는 경우 등이 복잡하게 꼬여서 전세 사기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처럼 기업형 임대를 리츠나 펀드 활용을 활성화하고 공유주거도 확대해야 합니다. 청년 시절에 저렴한 주거비용으로 지내면서 저축하고, 신혼이 될 때 내 집 마련은 소형 아파트로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특히 소형 아파트는 뉴:홈과 같은 방식으로 40년 모기지형을 최대한 많이 추진해 내 집 마련이 최대한 빠르게 이루어지게 해야 저출산도 해결될 것입니다.

전세 사기 사태를 계기로 빌라 등 비아파트 전세를 통한 '주거 사다리'는 이미 무너졌습니다. 그 자리는 소형아파트가 대체하고 있으니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주거 사다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선진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거비용을 낮추면서도 전세 사기와 같은 사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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