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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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40~60% 정도입니다. 이 LTV가 99%면 어떻게 될까요. 상상만이 아닙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최대 주택담보대출회사 중 두 곳이 1%만 다운하면(1% downpayment) 되는 대출상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의 주택담보대출회사인 유나이티드 홀세일 모기지(United Wholesale Mortgage·UWM)는 지난 5월 주택 구매가격의 1%만 내면 되는 대출을 제공하기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또다른 주택담보대출회사인 로켓 모기지(Rocket Mortgage)도 6월 들어 One+라는 대출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로켓 모기지 대출상품은 대출받는 사람이 연간 대출금액의 0.5%~1.5%를 내야하는 민간모기지보험(Private Mortgage Insurance)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모기지 상품은 그동안 20%에 해당하는 계약금(Downpayment)이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집을 사는데 어려움을 겪는 주택 수요자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계약금을 저축하는 게 어려운 이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런 새로운 유형의 대출상품은 계약금을 주택 소유의 허들로 생각하는 유색인종과 편부모 가정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렇게 극도로 낮은 계약금 주택담보대출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생각나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나라의 금융회사들은 미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관치금융이라는 언급을 하지 않더라도 정부의 규제에 옴짝달싹 못합니다. 주택수요자들을 가장 괴롭히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경우만 하더라도 다른 선진국에서는 가이드라인으로만 적용됩니다만 국내에서는 가장 강력한 규제입니다.

국토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선진국의 평균 LTV기준은 85.1%이며, 신흥국 또한 84.0%입니다. 한국은 문재인정부 기간 동안 투기과열지구에서는 9억 이하는 LTV 40%, 9억원 초과는 20%가 적용됐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자가점유가구 중에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가구는 27% 수준에 불과합니다. 70%가 넘는 유주택가구는 주택담보대출이 없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안심하면 안됩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신용대출 등으로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대출규제로 인해 대출의 안정성은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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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국에서도 계약금이 낮거나 거의 없는 대출은 드문 일은 아닙니다. 보훈부(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 대출이나 농무부(U.S. Department of Agriculture) 대출과 같이 계약금이 필요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역군인, 재향군인 및 그 가족 또는 농촌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제공됩니다. 작년 BoA(Bank of America)에서는 특정 도시의 흑인 및 히스패닉 커뮤니티에서 주택을 처음 구입하는 구매자를 위해 0% 계약금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계약금뿐만이 아닙니다. 이런 정책자금은 금리를 최소 절반이나 낮출 수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자금을 제외하면 1% 계약금은 아무에게나 제공되지는 않습니다. 충분한 신용점수, 충분한 소득과 낮은 부채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즉 차입자는 대출자격을 갖추기 위해 강력한 재정적 자격증명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는 양질의 대출에 양질의 차입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택의 종류도 제한합니다. 로켓(Rocket) One+ 모기지를 원하는 사람들은 단독주택을 구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기지브로커(대출상담사)를 통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촘촘하고 꼼꼼하게 은행 나름의 신용평가를 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발생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국내에서도 정책금융을 통해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주택수요자를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수준이 너무 모자랍니다. 대표적인 정책자금인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에도 9억원 이하의 주택에 대해 5억원까지 대출을 해주니 LTV는 겨우 55.6% 수준에 그칩니다. 금리 또한 시중금리 하락을 빠르게 반영하지 못해 4%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시중금리의 절반수준인 미국의 정책자금과는 비교조차 어렵습니다.

주택금융은 주택시장의 혈액입니다. 피가 공급되지 않으면 인간은 생존할 수가 없습니다. 건전한 주택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진국형 주택금융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하반기 특례보금자리론을 추가로 공급한다는 소식은 가뭄에 단비입니다. 정책금융으로서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더 낮은 금리, 더 넓은 혜택이 포함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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