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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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하나은행과 협약을 통해 김동연 지사의 공약이었던 청년 기회사다리금융 사업을 조만간 시작한다. 경기도에 주소를 둔 청년에게 1인당 최대 500만원을 10년간 저리로 빌려주겠다는 정책이다. 약 20만 명의 경기도 청년에게 1조원의 돈을 풀겠다는 얘기다.

김 지사는 21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이 같은 내용의 '경기청년 기회사다리금융' 협약을 맺었다. 도내 25세~34세 사이의 청년 20만 명에게 500만 원 규모의 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을 뚫어주는 사업을 올해 안에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도와 김 지사는 '2030' 청년 중 상당수가 금융 이용 경력이 부족한 '신파일러'이거나 신용 점수가 낮아 은행에서 자금을 융통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를 해결하려 이런 정책을 마련했다. 대출 기회가 고신용·고소득자에만 돌아가는 '기회의 불평등'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이후 지난 3월 금융회사들로부터 참여 공모를 받았고, 결국 하나은행이 사업자로 낙점됐다.

도는 하나은행과의 협약을 통해 대출 금리를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1%포인트 가량을 더한 금리로 책정했다. 지난달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은행의 코픽스 금리는 3.14%(신 잔액기준)~3.56%(신규취급액 기준)이다. 경기도 청년들은 적게는 연 4% 초반대의 금리로 500만 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뚫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만일 해당 통장의 금액이 대출을 보유한 마이너스(-)상태가 아니라 예금이 있는 플러스(+)라면 기준금리에서 1%포인트 뺀 이자를 지급한다. 최근 기준금리는 3.5%로 연 2% 중반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웬만한 은행의 수시입출금식과 파킹통장 금리보다 낫다는 평이 나온다. 경기도 청년들로선 '가입하지 않으면 손해'로 볼법한 금융상품인 셈이다.

도덕적 해이 논란은 여전

최초 설계 시 이 정책은 금융권으로부터 '말이 안되는 금융권 팔 비틀기'라는 평을 받았다. 개인의 신용상태에 상관없이 경기도에 사는 청년이면 무조건 빌려주고, 연체와 추심 등도 금융회사에게 전담토록 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을 의식해 경기도는 이재명 전 지사 때 마련한 기본금융기금을 활용해 금융회사에 손실 보전금을 매달 정산해주고, 채권 관리도 일반 대출과 동일하게 하겠다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신파일러 청년들이라면 현재 상호금융, 저축은행에서 500만 원 가량의 소액 대출을 낼 때 연 10~15% 가량의 이자를 내야 한다. 이들에겐 이번 대출이 이자 비용을 대폭 아낄 수 있는 요긴한 금융상품인 셈이다.

그런데 20만 명에게 소액 500만 원을 빌려주면 실질적으로 어떤 '기회'가 만들어질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팽팽하다. 최근 청년의 소액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와 500만 원짜리 쌈짓돈이 생길 뿐이라는 지적이 공존한다. 경기도는 이들이 자산과 소득에 상관없이 신용 이력을 쌓아 안정적 금융생활을 할 수 있고, 대출로 융통한 자금은 긴급 생활비나 취업활동비 등으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한 대형은행의 관계자는 "500만 원은 사업 등 건설적 일을 시작하는 덴 터무니없이 부족한 돈"이라며 "차라리 수혜 대상을 줄이고 금액을 올리는 게 투자, 창업 등의 관점에선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출해주면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