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침체양상을 띄면서 값싼 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의 고민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값싸고 좋은 조건에 관심이 가기는 하지만 자칫 시세보다 저렴한 것에 이끌려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섰다가 나중에 후회하지나 않을까하는 생각에 투자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분양 조건을 낮춰 헐값 '떨이' 매물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우량 매물 가려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는 해당 지역 주민이 아닌 이상 그 지역의 매매시장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다. 투자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잘못된 선택을 하는 개인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초보자가 잘못 알려진 투자상식으로 하자를 가려내는 일이 쉽지 않다. 침체된 부동산 거래시장에서 잘못 알려져 있는 부동산 투자상식과 함께 투자의 위험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급매는 경기 침체 때만 나온다
급매는 시세 보다 5~10% 정도 저렴한 매물을 말한다. 부동산 시장이 빈사상태에 빠졌을 시점에 급매물 공급이 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호황기 때에도 급매물의 공급은 꾸준하다. 호황기 때도 금융기관 부실채권의 공급이 줄지 않듯이 급매물의 공급은 시기를 따지지 않고 언제든 공급된다. 급매로 파는 매물들의 유형은 세금회피, 자금압박, 상속·증여, 현지사정 모르쇠형, 개인사정 등이다. 요즘에는 ‘자금 압박형’ 급매물이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가 침체돼 급매물이 쌓일 때는 시세보다 20% 이상 싼 ‘초급매물’도 매매가 안 되는 경우가 흔하다. 공급물량이 많은 수도권 외곽의 경우 시세보다 20% 가까이 빠진 급매물이 흔하지만 거래가 거의 없다. 집값 하락폭이 큰 지역에선 급매물을 판단하기 더욱 어렵기 때문에 급매물이 얼마나 쌓였는지, 고점 대비 얼마나 낮은 값에 나오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그보다 더 유리한 조건의 매물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가장 값싼 부동산은 ‘경매’다
잘 못 알려진 투자 상식 중 하나가 법원 경매를 이용하면 무조건 싸게 부동산을 살 수 있다는 착각이다. 공개경쟁으로 최고가매수인을 찾는 경매가 급매보다는 저렴할 수 있지만 어떤 매물이나 턱없이 싸지는 않다. 경기가 좋아질 조짐을 보이거나 전셋값이 올라갈 때는 실수요자들이 경매시장부터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부동산 거래가 침체양상을 띌 때에는 매각가율이 낮아지지만 경매물건보다 값싼 급매물이 중개업소에 얼마든지 나온다.
인기지역의 대단지에 로열층, 중소형 평수의 아파트의 경우 감정가를 훌쩍 넘어 낙찰되고 입찰경쟁률도 10대1을 넘어선다. 고가 낙찰이 늘어나면서 속빈 강정 격인 경매 아파트 낙찰사례가 넘쳐난다. 이런 현상은 일부 성공한 경매낙찰 사례를 흉내 내려는 실수요자들의 과도한 낙찰 욕심 때문이다. 경매를 통해 아파트를 낙찰 받으려면 최근 낙찰사례와 추이를 잘 살펴보고 과열기에는 입찰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의 말을 믿으면 성공한다
기초 내공도 없이 무늬만 전문가의 대박정보를 쫒아 투자했다가는 쪽박을 차거나 사기를 당할 수 있다. 전문가의 말은 참고하되 나름대로 투자에 따른 고급정보를 판단한 안목부터 길러야 한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한 고객이 인터넷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바람잡이 전문가의 말을 믿고 수도권 외곽의 미분양 대형평수 아파트에 투자했다가 계약금을 포기해야 했다. 단기 시세차익이 예상된다는 전문가의 말은 믿었던 게 화근이었다.
아는 것이 없으면 보이지 않는 법이다. 미분양 건설업체와 짜고 치는 비양심적인 전문가의 말을 전적으로 믿기보다는 투자자 본인이 투자의 안목을 키우고 고급정보를 미리 얻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값싸고 투자성 있는 매물일수록 지인이나 지역의 실수요자들을 통해 조용히 거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 관심 있는 지역에 시세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지역 중개사와 사귀어 놓는 게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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